'자연의 시간을 담은 첫여정' 포스터. 조소은 제공

계룡산의 숲이 건네는 바람과 사계절의 빛깔이 한 사람의 손끝에서 흙과 색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국영상대학교 전 교수이자 도예작가로 새 길을 걷고 있는 조소은 작가는 오는 30일부터 9월 21일까지 공주시 학봉철화분청관에서 첫 개인전 「자연의 시간을 담은 첫여정(The First Journey in Nature)을 연다.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첫여정’이다. 익숙하지 않은 흐름 속에서 흙을 만지고, 그 위에 자연의 시간을 새기며 만들어낸 작은 기록들. 작가는 “잘하기보다, 꾸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계룡산이 건넨 위로와 울림, 그리고 그것을 옮겨 담으려는 손길의 진심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개인전 전시 작품. 조소은 제공

도자는 단순히 형태를 빚는 작업이 아니다. 그 안에는 흙의 숨결, 불의 호흡, 그리고 작가의 기다림이 겹겹이 쌓인다. 조 교수는 명예퇴직 이후 본격적으로 도예 작업에 몰입하며, 보문미술대전 우수상, 철화분청사기 공모전 특선, 충남 관광상품 경진대회 장려상 등 다수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한국이삼평도자전을 비롯한 11회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품 세계를 다져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가 비로소 홀로 서서 자신만의 언어로 관람객과 대화하는 자리다.

전시 오프닝을 준비중인 공주 학봉철화분청관. 조소은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자연의 흐름 속으로 걸음을 옮기게 된다. 흙으로 빚어진 작품들은 그림의 형식을 만나며 낯설고도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멈추고, 다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도자와 회화는 경계를 허물고 자연과 인간의 대화를 펼쳐낸다.

전시가 열리는 학봉철화분청관 역시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공주 지역의 철화분청사기 전통을 잇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현재 조 교수가 운영하며, 계룡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둘레길 탐방과 분청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그가 가꾸어온 터전 위에서 열리는, 첫 번째 결실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30일 첫 개인전을 여는 조소은 전 한국영상대학 교수. 조소은 제공

조소은의 첫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자연의 숨결을 담아낸 흙의 언어가 관람객의 마음에 닿아, 작은 쉼표와 같은 순간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전시 기간: 2025년 8월 30일 ~ 9월 21일

오프닝: 2025년 8월 30일 오후 2시

전시 장소: 공주시 학봉철화분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