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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너지 기술 실증 시연회서 설명듣는 김태흠 충남지사. 충남도 제공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 원료와 지속가능 항공유로 전환하는 혁신 기술이 국내 최초로 실증 시연됐다. 탄소중립 실현과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한국과기원 개발 '그린올 기술' 보령화력서 첫 실증

충남도는 8일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에서 김태흠 지사와 김동일 보령시장,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그린올(Green-ol) 신에너지 기술 실증' 시연회를 개최했다고 발표했다.

그린올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전기, 물, 미생물 등과 반응시켜 그린 에탄올, 메탄올, 플라스틱 원료, 지속가능 항공유(eSAF) 등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원리다.

보령화력 실증 플랫폼에서는 현재 하루 300kg의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적으로 처리해 200kg의 일산화탄소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일산화탄소는 바이오 공정을 거쳐 항공유의 일종인 헥산올로 최종 전환된다. 구체적인 생산 규모는 향후 실증 과정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탄소중립·수입대체·신산업 육성 '일석삼조' 효과 기대

그린올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다방면에서 경제적·환경적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하다. 또한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메탄올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입 대체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친환경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도 주요 기대효과다. 기존 석유화학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급성장하는 지속가능 항공유(eSAF)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기존 항공유 대신 친환경 대체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eSAF 시장은 향후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린올 기술의 상업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 CCU 메가프로젝트 선행사업…5개 지역 경쟁 치열

이번 실증은 정부가 추진하는 CCU 메가프로젝트의 선행 사업으로 진행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보령과 서산을 비롯해 전남 여수, 강원 강릉·삼척, 경북 포항 등 전국 5개 지역을 실증 부지로 선정한 바 있다.

각 지역은 CCU 메가프로젝트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충남도는 이번 보령 실증 성과가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에 결정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그린올 실증은 충남의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국내 화학·에너지 사업의 체질을 바꾸고 서해안권을 탄소중립 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CU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저장하는 기존 CCS(탄소포집저장) 기술과 달리,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해 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