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구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2025 생명의 숲 도시숲 포럼'이 개최됐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9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기후위기시대, 도시숲과 기업의 역할' 포럼 현장에는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재단·비영리단체 관계자 36명, 정부·지자체 도시숲 담당자 17명, 기업 ESG담당자 16명, 정원사·학생 11명 등 총 80여 명이 참석해 좌석을 가득 메웠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만나는 숲, 모두가 누리는 5분 거리의 숲'을 비전으로 시민의 힘으로 생명의 숲을 만들어가는 사단법인 생명의숲과 산림청이 공동 주최한 '2025 생명의 숲 도시숲 포럼'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도시숲이 생물다양성 증진, 열섬 현상 완화, 시민 삶의 질 향상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날 포럼은 정부-지자체-기업-시민사회 협력 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도시숲의 시민·기업 참여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으로 마련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오충현 동국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도시숲, 환경을 넘어 사회복지·경제 정책으로 확장해야

첫 발제에 나선 오충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왜 도시숲을 이야기하는가'를 주제로 도시숲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국토 면적의 약 17%가 도시 면적인데 전체 인구의 약 92.7% 정도가 도시에 살고 있다"며 "도시공원의 숲은 많은 국민이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단순한 환경적인 측면을 넘어 사회복지와 경제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오 교수는 도시 면적 대비 인구 집중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 현실을 들며 도시숲이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국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생물의 다양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 전략'을 발표하는 신언빈 ERM코리아 총괄

"자연자본,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

신언빈 ERM코리아 총괄파트너는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기업 경영 전략'을 주제로 글로벌 사례를 포함한 제언을 발표했다. 50년 역사를 가진 전문 글로벌 자문사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기업가와 시민사회·정부 모두가 기후와 자연은 불가분의 관계이자 깊이 연관돼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총괄은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경에 대한 문제들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자연자본은 중요하다"며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또 경쟁력 제고 규제 대응 등을 통해서라도 자연자본에 대한 사업 전략화가 필요해진 시점"이라고 국내 기업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서홍덕 박사의 발표를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산림청, 제2차 도시림 기본계획으로 체계적 추진

서홍덕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박사는 '기후위기시대, 도시숲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평균 기온이 점차 올라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그래픽으로 생생하게 보여줬다.

서 박사는 "극심한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 지역에서 친자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도시숲'이 유일하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래서 UN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에서 도시숲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산림청에서는 도시숲 조성과 관리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세워 추진해 나가고 있으며, "현재 2025년에는 제2차 도시림 기본계획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도시숲 네트워크 체계, 도시숲의 양적·질적 증진, 활용 방안, 조성 관리 기반 구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신한금융지주 양민경 부부장이 '신한금융그룹 생물다양성 추진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TNFD 참여 저조…"관심과 분발 필요"

사례 발표 세션에서는 양민경 신한금융지주 SDGs 기획팀 부부장이 '신한그룹 생물다양성 추진 로드맵 및 TNFD 공시사례'를 발표했다. TNFD(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성과 영향, 그로 인한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고 공개하는 데 필요한 지침을 제공하는 국제기구다.

양 부부장은 "일본 기업이 133개나 되는 TNFD에 우리나라는 5개 기업 정도로 알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관심과 분발을 촉구했다.

이기세 생명의 숲 팀장이 '숲이 있는 운동장'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학교숲이 아이들에게 주는 변화 "생명존중 가치관 형성"

이기세 생명의숲 도시숲 팀장은 '아이들이 만드는 변화의 시작: 숲이 있는 운동장' 사례로 국립서울농학교의 숲 조성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팀장은 학교를 그린 그림을 비교하며 "6년 된 학교숲을 잘 활용하고 조성한 학교의 학생들이 그린 그림은 학교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들을 묘사하고 있다"며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이미지가 단지 학교 건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인 공간으로 묘사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교숲을 통해 숲과 함께한 삶을 경험한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결국 생명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당연히 알고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학교숲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했다.

박기출 평택시 산림녹지과 과장이 도시숲 분야 전국 5관왕을 달성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평택시, 산림비율 최저에서 '최우수 녹색도시'로 변신

평택시 산림녹지과 박기출 과장은 '민관이 함께 만든 숲, 도시를 바꾸다: 기업참여형 도시숲 조성'의 성과를 발표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박 과장은 산림비율이 전국 최저인 16.9%인데다 각종 택지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며 사회문제화되던 평택시가 산림청 선정 '최우수 녹색도시'로 탈바꿈한 성공사례를 상세히 설명했다.

시민과 기업이 참여하고 협력하여 함께 만든 평택 도시숲은 이 분야의 전국 5관왕을 달성할 정도로 발전했다며 "앞으로도 시민 그리고 기업들과 협력하여 더 많은 도시숲 조성을 해나가겠다"는 미래 계획도 제시했다.

이우향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이 '비밀정원'캠페인을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우향 사무국장은 '도시생물다양성 증진 캠페인: 비밀정원' 사례를 통해 생물다양성 증진에 기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활동을 소개하며 "시민들과 함께 사회적 약자들의 공공정원인 비밀정원을 조성하고 가꾸어 가는 것이 비밀정원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80여 명의 전문가·활동가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생명의 숲 포럼'

이날 포럼은 기후위기 시대 도시숲이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사회복지,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해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 민관협력을 통한 성공사례들이 향후 도시숲 확산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