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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산림동물원 곰 사육장에 조성한 정원. 국립수목원 제공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지난 2017년 폐쇄된 산림동물원의 곰 사육장을 친환경 생태정원으로 완전히 변모시켰다고 22일 발표했다.

국립수목원은 버려진 동물 사육시설을 단순히 철거하는 대신 기존 구조물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정원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친환경적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재조성된 정원은 실내외 공간을 체계적으로 구분해 갤러리 정원, 회복 정원, 숲 정원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각 정원은 고유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방문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이번 정원 조성 과정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 원칙이 철저히 적용됐다. 주변에 자생하는 식물과 자연 상태의 돌, 나무는 물론 일부 철거된 콘크리트 폐기물까지도 재활용 소재로 적극 활용했다고 국립수목원 측은 설명했다.

현재 이 공간에서는 약 100년 전 한반도의 자연 풍경과 당시 서식했던 식물들을 사진과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어 교육적 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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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산림동물원 곰 사육장에 조성한 정원. 국립수목원 제공

1991년 개원부터 26년간 운영…백두산 호랑이·반달가슴곰 등 사육

산림동물원의 역사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희귀동물의 종 보존과 번식 연구를 목적으로 국립수목원 내부에 조성됐던 이 시설은 우리나라 동물보전 정책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담당했다.

국립수목원 자체는 광릉숲 보존 대책의 일환으로 1997년 7월부터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특별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2004년부터는 매년 5월부터 11월까지만 제한적으로 개방되는 특별한 공간으로 관리됐다.

산림동물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중국으로부터 기증받은 백두산 호랑이들이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이 각각 기증한 백두산 호랑이 암수 두 쌍은 이곳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백두산 호랑이 외에도 반달가슴곰, 늑대 등 야생동물 13마리와 희귀조류 10마리가 사육되어 국립수목원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동물 노령화·예산 부족으로 2017년 폐쇄…호랑이는 백두대간수목원 이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산림동물원은 점차 어려움에 직면했다. 2017년 최종 폐쇄될 때까지 사육 중이던 동물들이 대부분 노쇠해져 애초 설립 목적인 종 보존과 번식 연구 기능이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된 것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예산 부족으로 인한 시설 운영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국립수목원은 결국 산림동물원 폐쇄를 결정하게 됐다.

폐쇄 당시 백두산 호랑이 4마리 중 3마리는 신장염과 노화 등 질병으로 자연사했으며, 살아남은 마지막 1마리는 산림동물원 폐쇄 직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안전하게 이주됐다.

나머지 동물들의 거취도 신중하게 결정됐다. 관련 전문가와 동물보호단체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결과, 자연 방사가 가능한 동물들은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전국 국공립 동물원으로 분산 보내져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과거의 시설을 단순히 철거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시킨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모범 사례"라며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공간 재활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