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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상황도 예측하는 AI…"15분 뒤 뻥 뚫려요" (CG)
추석 연휴 첫날 이른 아침에 고향으로 향하던 김모 씨는 내비게이션 앱이 알려준 '최적 경로'를 철석같이 믿었다.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이 앱은 2시간 반이면 충분하다고 예상했지만 실제 도착까지는 무려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김모 씨는 "빅데이터니 AI니 해도 결국 믿을 게 못 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같은 날 다른 경로를 택한 박모 씨의 경험은 달랐다. "AI 예보대로 혼잡 구간을 우회했더니 시간을 절약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이 상반된 경험은 과연 AI 내비게이션의 교통 예측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 AI는 어떻게 미래의 길을 예측하는가
티맵, 카카오내비 같은 주요 내비게이션 앱은 단순히 현재 교통 상황만 보여주지 않는다.
수년간 축적된 과거 명절 패턴과 실시간 빅데이터를 결합해 미래를 예측한다. 한국도로공사의 통행량 통계, 국토교통부 자료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와 속도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해 차량 흐름을 반영한다.
과거 "지금 막힌다" 수준에 머물렀던 교통 예측은 이제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만나 "2시간 뒤 이 구간이 정체될 것"처럼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정교함 덕분에 통행 시간 오차율이 10%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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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명절에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내놓는 교통 예보는 정체 시작 및 해소 시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맞추는 편이다.
예를 들어 귀성길 정체가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 3시에 풀릴 것이라는 예측은 대체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세부적인 정체 강도나 돌발 변수까지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특히 연휴 첫날 아침이나 마지막 날 오후처럼 교통량이 극도로 몰리는 시간대에는 예측보다 실제 소요 시간이 더 길어지기 쉽다.
많은 운전자가 AI가 추천하는 '최적 경로'로 동시에 몰리면서 새로운 정체를 일으키는 '교통 집중 현상' 역시 오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교통 예측 '깜깜이' 시대 지났지만 한계 분명해
10여 년 전만 해도 명절 교통 상황은 그야말로 '깜깜이'였다.
출발 시간을 오로지 감에 의존해야 했고 일단 막히면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와 빅데이터 덕분에 "오전 6시 이전에 출발하면 1시간 절약"과 같은 맞춤형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비교해 더 나은 우회로를 실시간으로 제시하는 기능도 운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크게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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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맨 3세대 모델 '뉴 미니 컨트리맨'에 적용된 티맵 내비게이션.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AI 예측은 어디까지나 대규모 이동 패턴에 강점을 가진다.
그래서 개별 운전자의 실제 경험과 다를 수밖에 없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는 사전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I가 알려준 도착 시간을 정답처럼 여기면 실망하기 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교통 예측은 참고 자료일 뿐"이라며 충분한 여유 시간을 두고 출발할 것을 조언한다.
차량과 도로, 교통관제센터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 같은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는 한 AI 내비게이션의 예측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AI 내비게이션을 100% 활용하는 방법
AI 내비게이션을 현명하게 활용하려면 한 가지 앱만 고집하기보다 여러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 예상 소요 시간과 추천 경로를 비교하는 것이 좋다.
운전 중에도 화면을 주시하며 실시간 교통 상황 변화를 확인하고, 예상치 못한 정체가 발생하면 유연하게 경로를 수정하는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AI가 놓칠 수 있는 사고나 재난 같은 돌발 상황은 라디오 교통 방송이 더 빠르게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내비게이션과 함께 활용하면 더욱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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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추석날(9월17일), 경부고속도로 서울 시내 구간이 이동하는 차량으로 혼잡한 모습
결론적으로 추석 귀성·귀경길에서 AI 내비게이션의 예측을 100% 신뢰할 수는 없다. AI는 길 막힘의 '정답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선택을 돕는 '참고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교통 지도를 펼쳐 길을 헤매는 시대는 지났다. AI 내비게이션은 명절 도로 정체의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얼마나 막힐지를 미리 가늠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