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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으로 포장된 고기.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건강을 위협하는 '폴리염화비닐(PVC) 포장재'를 사용해 적발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일이나 생고기를 포장할 때 흔히 사용되는 '랩'이 대표적인 PVC 포장재다.
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가 2019년 12월 시행된 이후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포장재 개선 명령을 받은 업체가 총 15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38곳(90%)이 금지된 폴리염화비닐(PVC) 포장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적발됐다.
WHO 지정 발암물질에 내분비계 교란까지
PVC의 위험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입증됐다.
염소와 에틸렌을 주원료로 하는 PVC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간혈관육종과 간세포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를 들어 '인체발암물질'(그룹 1)로 분류한 물질이다.
여기에 PVC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첨가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장기간 노출 시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켜 생식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재활용 불가능…소각 시 맹독성 다이옥신 발생
PVC 포장재는 재활용이 극도로 어려울 뿐 아니라 다른 플라스틱의 재활용까지 방해한다.
염소가 함유된 PVC를 소각하면 인류가 만든 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한 다이옥신과 부식성이 매우 강한 염화수소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폐기물을 소각해 열에너지를 얻는 '열적 재활용'에는 사용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가공하는 '물질 재활용'도 PVC만 따로 모아 염소 제거 등 별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PVC 포장재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쓰레기로 버려질 수밖에 없다.
개선 명령 받고도 3분의 1은 이행 안 해
기후부는 2019년부터 PVC 포장재 사용을 금지했다. 다만 대체재가 상용화되지 않은 상온 판매 햄·소시지나 물기 있는 축·수산용 포장랩, 연 매출 10억원 미만 업체는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느슨한 규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PVC 포장재 사용으로 개선 명령을 받은 업체의 3분의 1(43곳)은 1년의 이행 기간을 지키지 못해 연장을 받았다. 특히 작년과 올해 적발된 47곳 중 27곳은 아직도 개선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다.
김위상 의원은 "환경과 국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어 금지된 포장재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며 "정부는 모호한 규제로 현장의 혼란을 키우지 말고, 명확한 기준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