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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작품들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의 한 미술대회에서 우승작이 공개되자 현장이 술렁였다.

유화처럼 보였던 이 작품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미지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것도 예술이냐?"는 논쟁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AI가 그린 그림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린다면?", "AI가 만든 노래가 아이돌 음반에 실린다면?" 이는 단순한 상상이지만 예술의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AI 산출물이 예술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창작으로 인정받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법·제도가 아직 정비되지 않았고 예술계 안팎의 의견도 팽팽히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 미술·음악 현장까지 스며든 AI

AI는 이미 국내 미술 현장에도 들어와 있다.

홍익대 등 미술대학 졸업 전시에서 학생들이 AI 이미지 생성기를 활용해 만든 작품을 회화·설치 작업과 결합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표현 도구"라는 긍정적 평가를 했지만 "창작자의 개입이 어디까지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3년 미디어 아트 특별전에서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작품을 일부 소개했다. 다만 이는 인간 작가가 도구로 사용한 사례로 AI 단독 창작물이 전시에 걸린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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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아티스트 '패즐로'의 작품들

K-팝 산업에서도 AI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작곡가들은 멜로디나 코드 진행을 제안받는 방식으로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음원 플랫폼에서는 AI 보컬 합성 기술을 활용한 공식 음원이 등장해 이용자 반응을 시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작업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평가와 더불어 "창작자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AI 기반 가상 보컬이 대중문화에 파고들고 있다.

일본의 글로벌 버추얼 싱어 '하츠네 미쿠'는 2007년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로 시작해 이후 세계 각지에서 홀로그램 공연과 수많은 음악 프로젝트를 통해 견고한 팬덤을 형성했다.

◇ '인간 저작' 원칙과 투명성 의무 필요해

미국은 '인간 저작'을 저작권의 전제로 보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생성형 모델의 투명성·저작권 준수 의무를 규범화하면서 단계적 시행에 들어갔다.

이런 흐름은 모두 창작·유통 전 과정에 '출처·보존·책임'의 새 기준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예술·음악 현장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저작권 등록의 전제는 인간 저작이며 AI 시스템을 저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단을 확정했다.

이 판결은 2023년 미 저작권청(USCO)의 등록 지침인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AI 산출물은 저작권 대상이 아님"과 같다고 볼 수 있다. USCO는 AI가 생성한 소재를 포함한 작품의 등록 기준과 기재 의무를 별도 정책문서로 안내하고 있다.

물론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공통 분모는 분명하다.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입증되지 않은 AI 단독 산출물은 저작권 보호가 어렵고 학습·생성·유통의 각 단계에서 출처 표시·데이터 사용의 적법성·증거 보존 요구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미국 USCO의 등록 지침과 항소법원 판결, EU AI법의 투명성·거버넌스 의무는 이 흐름을 제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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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예술가 반응은 엇갈린다.

AI를 도구로써 활용 가치는 인정하지만 인간 경험과 의도·맥락이 배제된 결과물이 '예술'로 유통될 때 창작자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회가 예술로 인정하면 예술"이라는 제도론과 "창작자의 의도·맥락이 담겨야 예술"이라는 견해도 팽팽하다.

AI 산출물은 확률적 조합이라는 기술적 본성을 지니는 만큼 어느 지점에서 인간의 개입과 책임을 요구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 한국은 AI 창작물 가이드라인 어떻게 할까

우리나라의 경우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AI 창작물 관련 가이드라인·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AI 창작물에 대한 해외의 판결·정책을 토대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창작자 보호와 산업 활성화 간 균형을 잡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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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절계약서 근절 퍼포먼스 선보이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최근 들어 AI가 만든 그림이 전시되고 AI가 만든 노래는 음반에 실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의 하츠네 미쿠는 이미 가상 보컬의 시장성과 팬덤을 증명했다.

이제 쟁점은 "누가 창작자인가"에서 더 나아가 어떤 데이터로 만들었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은 법원과 저작권청이 '인간 저작' 원칙을 재확인했고 EU는 생성형 모델의 투명성·저작권 준수를 제도화했다.

결국 예술의 미래를 가르는 기준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출처의 투명성, 데이터의 적법성, 책임의 구조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