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절정기를 맞고 있는 구천동계곡의 단풍. 이재순 제공

자연특별시 전북 무주군에 위치한 구천동 계곡이 11월 초 단풍 절정기를 맞으며 전국 단풍 애호가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덕유산 국립공원 품 안의 나제통문에서 향적봉까지 36km에 걸쳐 펼쳐지는 구천동 33경은 가을이 되면 기암괴석과 맑은 계곡물, 그리고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절경을 선사한다.

다른 곳과 차별화된 구천동 단풍의 특징

무주 구천동의 단풍이 다른 명소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계곡과 단풍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풍경이다. 대부분의 단풍 명소가 산악 지형이나 평지 숲길인 것과 달리, 구천동은 맑은 계곡수가 36km에 걸쳐 흐르며 그 옆으로 울긋불긋한 단풍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물에 비친 단풍의 반영과 계곡물 소리가 어우러져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입체적인 단풍 감상이 가능하다.

첫 상고대가 핀 덕유산, 고도차가 커 단풍의 색감이 다채롭다. 덕유산국리공원사무소 제공

또한 구천동은 해발 1,614m 향적봉에서 시작되는 고도차로 인해 단풍의 색감이 더욱 다채롭다. 높은 지대에서 시작된 단풍이 점차 아래로 내려오면서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이 층층이 물들어 마치 무지개처럼 화려한 색채를 자랑한다. 이는 평지 중심의 단풍 명소에서는 볼 수 없는 구천동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원시림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도 구천동 단풍의 특별함을 더한다. 과도한 개발 없이 자연 그대로 보존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인월담, 구월담, 안심대 등 33경의 비경들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특히 구천동 어사길은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가 걸었다는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져 단순한 단풍 감상을 넘어 문화와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관광객들이 차박을 하면서 단풍 시즌을 즐기는 구천동계곡. 이재순 제공

11월, 가을의 마지막 화려함을 만끽하다

올해 무주 구천동의 단풍 절정기는 11월 초로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단풍이 10월 중순부터 시작되지만, 무주를 포함한 전라권은 10월 말에서 11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루어 비교적 늦은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설악산 등의 단풍 시즌을 놓친 이들에게 구천동은 가을의 마지막 화려함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다.

구천동 어사길은 편도 3.3km, 약 1시간 20분 소요되는 완만한 코스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특히 3구간 '치유길'은 제21경 구월담에서 시작되는 구간으로, 덕유산의 두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바람과 햇살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나무 데크와 오솔길은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오솔길이 구천동 계곡을 따라 안전하게 조성돼 있다. 이재순 제공

단풍 감상과 함께 구천동 33경의 비경들도 놓칠 수 없다. 인월담, 비파담, 구월담 등 물의 소용돌이에 의해 형성된 자연 풍경들은 단풍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제32경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 때 지어진 고찰로, 한국전쟁 이후 재건된 현재의 건물에서도 고승들의 부도를 통해 깊은 역사를 느낄 수 있다.

무주 구천동 단풍계곡 인근에는 적상산, 덕유산 리조트, 머루와인동굴 등 다양한 관광 명소가 있어 1박 2일 코스로 계획하면 더욱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 특히 무주의 특산품인 산채비빔밥과 머루와인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유엔 세계 관광기구가 선정한 무주읍 관광도 특별한 가을 여행의 하나이다. 무주군 제공

무주 단풍 나들이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

구천동 단풍 감상과 함께 들러볼 만한 곳이 있다. 지난 달 17일 유엔 세계관광기구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에 이름을 올린 무주읍이다. 세계 52곳 중 하나로 선정된 무주읍은 지역 주민 주도의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 구천동에서 무주읍으로 이어지는 가을 나들이는 단풍과 함께 세계가 인정한 마을의 매력까지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