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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지역 물관리 혁신 심포지엄.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제공

강원 강릉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지역 물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가운데, 이를 계기로 기후 적응형 통합 물관리 체계 전환을 모색하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물관리특별위원회는 18일 강릉과학산업진흥원 대강당에서 ‘2025 동해안지역 지속 가능한 물관리 혁신 심포지엄’을 열고, 도 전역의 유역 기반 물관리 전략과 정책 혁신 방향을 논의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김시성 도의장, 관련 공무원, 학계, 전문가 및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해 강릉 지역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 이후 드러난 지역 수자원 공급망의 불균형, 유역 간 협력 부재, 데이터 기반 관리의 한계를 진단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통합 관리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유역 연계와 통합정보 기반의 지역 맞춤형 전략

송미영 동국대학교 교수는 ‘영서-영동 수계 연계를 통한 통합 물관리 전략’을 주제로 도암댐 수계를 중심으로 한 남한강 상류 관리와 동해안 지역 간의 물 이용 연계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강원 내 수자원의 공간적 불균형이 가뭄 때마다 재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도암댐의 용수를 포함한 광역 상수도 연계망 구축과 유역 단위 데이터 통합이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한 지역별 용수 수요와 생태유량을 동시에 고려하는 ‘유역 단위 맞춤형 물배분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는 행정 경계가 아닌 유역 단위로 수문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수질·수량·생태·기후 데이터를 연결한 정밀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계기금의 역할 전환과 유역 협치 강화

이태관 계명대학교 교수는 ‘한강수계기금 활용과 유역 갈등 해소 전략’을 중심으로 수질 중심에서 기후 적응형 통합관리로의 재원 운영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기금 운영은 오염 저감에 집중되어 있어 가뭄·홍수 등 복합재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수계기금이 유역 복원력 회복, 지역사회 기반 물순환 복원 프로젝트에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도암댐 상류의 축산단지와 농경지로부터 발생하는 비점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지원 확대와 함께, 지역 주민·지자체·전문가가 참여하는 ‘유역협의체’ 제도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협치 모델을 제시했다. “유역 단위로 갈등과 수요를 조정할 수 있는 사회적 프로세스가 뒷받침되어야 기술적 대책도 실효성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I 수요예측과 물순환 데이터 통합으로 고도화

최계운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스마트 물관리 체계 구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는 “영동지역은 수자원 자체보다 계절적 편차와 인프라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며 “AI 기반 수요예측, 데이터 기반 물순환 통합 플랫폼이 지역의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열쇠”라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유역 데이터 허브’는 강릉·동해·삼척·속초·양양 등 영동권 5개 시군의 상수·하수·하천 데이터와 실시간 기후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체계다. 이를 통해 극한기 가뭄과 홍수 상황에서도 실시간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물배분과 공급량 조정, 예보·경보 서비스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도의회 “기후적응형 통합 물관리, 제도·기술 동시혁신 필요”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물관리 행정, 학계, 지방의회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유역 단위 통합 물관리의 제도적 기반과 기술 적용 방안을 논의했다.

권혁열 도의회 물관리특별위원장(강릉4·국민의힘)은 “2025년 강릉의 가뭄은 기존 공급 중심 물관리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 경고였다”며 “기후평년 기준만으로는 더 이상 위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기후 적응형, 예측 기반의 통합 물관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의회는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강원형 통합 물관리 정책을 구체화하고, ▲유역 단위 물관리법 제정 ▲지자체 데이터 표준화 ▲주민참여형 물관리협의체 운영 ▲AI 기반 조기경보체계 도입 등의 제도 개선 과제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