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산림산업 특수분류체계 제정 인포그래픽. 산림청 제공
산림청과 국가데이터처가 정원산업, 석재산업, 항공기산업, 임산버섯류 재배업 등을 포함한 '산림산업 특수분류' 확대를 지난해 12월 30일자로 시행했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산림산업 규모와 실태는 한국표준산업분류(KSIC)를 반영한 농림축산식품산업 특수분류를 통해 파악됐으나, 정책 여건 변화에 따라 산림산업 특수분류를 확대하고 체계화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4개에서 146개로, 산림산업 구조 입체화
이번 산림산업 특수분류는 과거 표준산업분류에 의한 세분류 4개(영림업, 벌목업, 임산물 채취업, 임업 서비스업)에서 6개 대분류 146개 세분류로 대폭 확대됐다. 목재이용, 산림휴양, 도시숲, 석재산업 등 관련 법령 변경으로 새롭게 부각된 산업들이 모두 반영됐다.
146개 세분류는 ▲산림산업 투입재산업(17개) ▲임산물 생산업(19개) ▲임산물 및 관련 가공품제조업(46개) ▲임산물 도소매·운송 및 서비스업(36개) ▲산림복지 서비스업(10개) ▲산림산업 지원서비스(18개) 등으로 구성된다.
산림산업 투입재산업에는 비료·기계·재배용기·조경 및 정원업용품 등이, 임산물 생산업에는 임산물 노지·시설재배와 생산판매 서비스 등이, 임산물 및 관련 가공품제조업에는 임산물 가공·목재 역가공·석재가공 등이 포함됐다. 또 임산물 도소매·운송 및 서비스업에는 식용임산물·목재 등 도소매·운송·보관·경관업 등이, 산림복지 서비스업에는 자연휴양림·산림욕장·수목장·정원문화산업 등이, 산림산업 지원서비스에는 조경관리·연구개발·설계·교육·컨설팅 등이 망라됐다.
이종수 산림청 기획조정관은 "산림산업 특수분류체계에 따른 통계를 기반으로 산림산업 규모와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해 산림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워진 대한민국 산림산업 특수분류. AI 생성 이미지
정원산업화, 산림청이 먼저 나섰다
이번 특수분류 확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정원산업이다. 담양군이 '치유와 힐링의 생태 정원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사천시가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5억 원을 투입해 시청사 주변에 정원을 조성하는 등 전국 지자체들이 정원 조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2025년 말 현재 국가정원 2곳, 지방정원 13곳, 민간정원 157곳 등 총 172개의 정원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112개)과 비교해 불과 2년여 만에 50% 이상 증가했다.
정원이 빠르게 확산되는 과정임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정원을 다루는 법과 조직, 그리고 통계 체계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원은 산림청의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관리되지만, 조경은 국토교통부 소관이고, 정원관광은 문화체육관광부와도 연관돼 있다. 한국정원문화협회는 2013년 창립총회 후 정원이 건설업보다 서비스·문화산업에 가깝다고 여겨 문화체육관광부 등록법인 설립을 추진했으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공정원 담당 기능이 산림청으로 일원화되면서 법인화 추진이 중단됐다가 2021년에야 산림청 허가로 재출범했다.
2025년 9월18일 전남 담양 국립정원문화원에서 개최된 개원식. 산림청 제공
이처럼 정원은 법적으로는 산림청 소관이지만, 통계 체계에서는 조경, 원예, 도시녹화 등 여러 영역으로 분산 분류되면서 '산림산업'으로서의 명확한 위치를 갖지 못했다. 산업의 실체가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 정책도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었다.
산림청은 제2차 정원진흥기본계획(2021~2025)을 통해 2025년까지 정원 인프라를 421개소에서 2,400개소로 확대하고, 정원산업 규모를 2조원 수준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원이 공식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면, 목표 달성 여부조차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이번 특수분류 제정으로 정원 설계·조성·관리, 정원 식재 생산, 관련 서비스 산업 전반이 산림산업 통계에 체계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정원산업의 시장 규모, 고용 효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정확한 수치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2026년 이후 새로운 정원진흥기본계획 수립과 정책 추진에 탄탄한 데이터 기반이 제공된다.
버섯도 이제 '산림산업'으로 인정받는다
임산버섯류 재배업의 특수분류 반영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표고, 송이, 느타리 등 버섯은 전통적으로 산림을 기반으로 재배되는 대표적인 임산물이며 산촌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이다.
그런데 기존 통계 분류에서 버섯 재배는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상 '농업'으로 분류돼 있었다. 산림을 기반으로 하는데도 산림산업 통계에서는 별도 항목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임산버섯류 재배업이 산림산업의 한 축으로 명확히 자리 잡으면서, 산림소득 산업의 실체가 보다 정확하게 파악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특수분류를 통해 생산 규모, 유통 구조, 산림경영과의 연계성, 청년·귀산촌 창업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통계가 만드는 정책, 정책이 키우는 산업
산림정책 혁신위원회는 급변하는 기후환경과 산촌·임업의 위기 속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새로운 산림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2030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산림정책 혁신안’을 2025년 12월 18일 발표했다. 산림청 제공
산림산업 특수분류 체계의 가장 중요한 활용처는 산림산업조사(국가승인통계)다. 이를 기반으로 정확성과 신뢰도 높은 통계를 생산함으로써, 국내 산림산업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기초자료를 마련하게 된다.
또한 산림산업 정책 파급효과 등 연관분석, 정책성과 평가 등 정책지원 기반도 마련된다. 통계에 잡혀야 예산이 배정되고, 예산이 배정돼야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만들어진다. 그동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던' 산업들이 이제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면서, 정책 지원의 명확한 근거를 갖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정원산업과 임산버섯류 재배업이 특수분류에 반영되면서, 산림산업 육성 기본계획, 산림일자리 정책, 산림 기반 신산업 발굴, 지역 맞춤형 산림소득 정책 등에서 보다 세분화된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