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향로봉 릿지등반. 용재욱 제공

바위처럼 서서,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60년 가까운 무예 수련과 암벽등반을 해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겨울 산행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수행의 장이라는 것이다.

릿지(Ridge:바위능선)을 오르며 마주한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문득 깨달았다. 세상 살이란 온갖 바람이 마음속에 불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예로부터 현자(賢者)들은 그러한 기분에 좌우되지 말라고 충고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그 자리에 꿋꿋이 서서, 제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말라고 했다. 지혜를 아는 사람은 두려워 떨거나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는다.

겨울 암벽등반은 도전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선물

눈덮인 능선을 따라 도전하는 릿지등반은 많은 등반가들을 매료시킨다. 용재욱 제공

수십 년 국선도를 지도하고, 청산암벽산악회 대장으로 60~70대 회원들과 함께 서대문 안산 암장에서 주말마다 훈련을 한다. 1년에 1~2차례 20시간이 넘는 설악산 암벽등반에 도전한다. 인수봉에서 티롤리안 브릿지(tyrolean bridge)로 바위와 바위를 건너며 암벽등반이 수련의 명상과 다르지 않음을 자주 경험한다.

한 발 한 발 바위를 딛고 오를 때, 오직 현재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잡념이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경지, 이것이야말로 오랜 수련에서 오는 도전과 명상이 통하는 바다.

겨울산은 특별하다.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바람, 미끄러운 빙판은 우리에게 더 많은 집중력과 인내를 요구한다. 바로 그 어려움 때문에 우리는 더 맑은 정신을 얻는다.

겨울 산행을 하다 보면 첫째, 몸이 건강해진다. 추위에 맞서 산을 오르며 근육과 관절이 단련되고, 심폐기능이 강화된다. 둘째, 맑은 정신이다. 자연 속에서 잡념을 떨쳐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셋째, 삶에 대한 바른 생각이다. 산은 우리에게 중도와 절제, 꾸준함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암벽 등반은 여러 근육과 관절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므로 근육과 관절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

근육과 관절이 좋은 사람은 부자다

산행하면서 체험하고 느낀 몸의 반응을 관찰하며 확신하게 되었다. 나이 들수록 뼈와 근육 건강 운동을 의무적으로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음식, 영양제, 약만 가지고는 어림없다. 올바른 건강 운동이 핵심이고, 나머지는 다 보조일 뿐이다.

만약 음식과 영양제, 약, 병원 등이 건강을 보장해 준다면, 왜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 보다 더 장수한다는 통계는 없을까? 답은 명확하다. 몸이 굳어지고 틀어져 있는 사람은 절대 건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굳어지고 틀어지면 막히면서 통증과 염증이 반드시 따르고, 온갖 성인병과 난치병이 찾아온다.

근력, 유연력, 교정력, 호흡력은 최고의 보약이다. 몸은 무리하면 빨리 망가지고, 안 쓰면 빨리 약해지며, 적당히 운동하면 건강해진다. 강한 운동, 무리한 운동, 불균형 운동은 끝내 몸에 독이 될 수 있다.

80% 정도의 식사와 신체정비의 꾸준한 실천

국선도 시범을 보이는 용재욱 사범. 용재욱 제공

위팔분식(胃八分食)을 하고 '이완교정통기' 신체정비 운동을 의무적으로 해왔다. 중도와 절제가 건강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무지가 내 심신을 망친다. 근력과 유연성, 교정력, 호흡력을 잃으면 천하의 음식, 영양제, 약물도 효과가 없다.

몸이 굳어지고 틀어지고 구부러지고 통증이 있다는 것은 운동과 건강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는 증표다. 위팔분식을 하고 이완교정통기 운동을 하며, 단전호흡으로 내공(內功)을 쌓아야 한다.

체력이 곧 꾸준함의 원천이다

등반은 인내, 준비성, 집중력, 자연과의 교감, 고난 극복 등 다양한 지혜를 가르쳐 준다.

산을 오르다 보면 많은 진리를 재발견한다. '운동하는 사람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지만, 성공하는 사람 대부분은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체력 관리는 물론,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체력을 먼저 다져라. 꾸준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 때문이다. 산을 오르며 단련된 체력과 정신력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기둥이 된다.

새해 결심을 작심삼일로 버리는 사람들에게

설악산 나드리길 등반에서 명상수련을 하는 용재욱 사법. 용재욱 제공

새해가 오면 사람들은 다짐한다. "올해는 꼭 운동하겠다." 헬스장 등록증이 지갑에 들어가고, 비싼 운동복과 신발을 장만한다. SNS에는 운동 시작을 알리는 글이 올라온다. 하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않아 그 열정은 식어버린다.

왜 그럴까? 60년 수련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거창한 목표와 무리한 계획 때문이다. 처음부터 매일 1시간씩 헬스장에 가겠다는 다짐, 주 5회 러닝을 하겠다는 계획, 엄격한 식단 관리까지. 이 모든 것이 부담이 되어 결국 포기하기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영양제와 보충제를 너무 믿는 것이다. 운동보다 먼저 비싼 영양제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그것만 먹으면 건강해질 것처럼.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영양제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의 몸에서는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다.

집 앞에서 시작하는 건강 혁명

70대 줄에 들어서서도 20시간가량의 암벽등반을 해낸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작은 걸음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이다.

집 앞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부터 시작하자. 동네 뒷산을 천천히 오르는 것도 좋다. 아파트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거리나 시간이 아니라 '매일 움직인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씩 해보고 몸이 적응하면 시간과 횟수를 늘려보자. 급할 것 없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이것이 필자가 60여년 간 배운 수련의 핵심이다.

영양제보다 몸의 순환을 믿어라

몸의 순환을 돕는 운동은 보약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용재욱 제공

영양제를 먹으면 피로가 풀리고, 관절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묻는다. 그렇게 좋은 것들을 다 먹고도 왜 여전히 아픈가?

몸은 순환이다. 피가 돌고, 기가 통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영양분을 넣어도 막힌 몸에서는 독소가 될 뿐이다. 걷기와 산책으로 다리 근육을 움직이면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스트레칭으로 굳은 관절을 풀어주면 기혈이 통한다.

위팔분식(胃八分食), 배를 80%만 채우는 식습관과 함께 매일 30분씩 걷는다면, 그 어떤 보약보다 효과가 있다. 영양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움직이는 몸을 위한 보조일 뿐,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겨울산은 혹독하지만 정직하다. 준비된 자에게는 건강과 지혜를 선물하고, 안일한 자에게는 냉혹한 교훈을 준다. 필자는 오늘도 겨울산을 오르며 성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음, 중도와 절제의 지혜, 꾸준함의 힘을.

북한산 향로봉 릿지등반 길. 용재욱 제공

하지만 당신에게 꼭 산을 오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집 앞 공원도 좋고, 동네 한 바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오늘 시작하는 그 한 걸음이다.

2026년 새해, 거창한 목표는 접어두라. 대신 이렇게 시작해보라.

"오늘 저녁, 집 앞을 20분만 걸어보자."

내일은 또 생각하면 된다. 모레는 모레 생각하면 된다. 하루하루 그 작은 약속을 지켜나가다 보면, 어느 날 당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60~70대 동료들과 함께 암벽을 오르는 필자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라. 영양제 통 앞에서 고민하지 말고, 신발 끈을 묶어라.

건강은 약병 속이 아니라 당신의 두 발 아래에 있다. 겨울산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집 앞 공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건강과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