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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밀어 사진(위 수컷, 아래 암컷).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시민과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거제도와 가덕도 연안에서 국내 미기록종인 빨강밀어를 발견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자원관 연구팀은 국내 하천과 연안에 흔히 서식하는 밀어속 물고기의 유전다양성을 연구하던 중, 시민들이 생물 관찰 기록을 공유하는 국제 플랫폼 'iNaturalist(아이내추럴리스트)'에 업로드된 특이한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 물고기는 일반 밀어와 달리 눈앞에서 코끝까지 두꺼운 빨간색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연구팀은 즉시 해당 사진을 올린 시민과학자들과 연락해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형태학적 특징과 유전자 분석을 병행한 결과, 이 물고기는 지금까지 일본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빨강밀어(Rhinogobius brunneus)로 확인됐다.
'Rhinogobius brunneus'라는 학명은 1845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처음 기재됐다. 하지만 당시 확보된 표본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정확한 종 특성 규명이 어려웠고, 나가사키 일대에 외형이 비슷한 밀어류 3종이 함께 서식해 분류학적 혼선이 지속돼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빨강밀어는 한국 남동부 일부 섬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원관은 "빨강밀어의 국내 서식 확인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밀어속 어류의 분류학적 논란을 정리하고, 우리나라 연안 생물다양성 연구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반 시민들의 생물 관찰 기록이 전문 연구기관의 과학적 검증과 결합해 학술적 성과로 완성된 대표적 사례"라며 "시민과학의 가치를 입증한 연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