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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하늬해변에 방치된 폐기물. 연합뉴스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의 국내 최대 서식지인 백령도 하늬해변에 공사 폐기물이 방치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군 당국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인천시 옹진군은 공사 폐기물을 기준에 맞게 보관하지 않고 방치한 국방시설본부 서울경기남부시설단에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고 23일 밝혔다.

발주처인 서울경기남부시설단은 지난 8월부터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하늬해변, 사항포, 연화리 일대에서 해안 보호 시설인 호안을 보강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옹진군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민원 제기로 현장 점검에 나서 기존 옹벽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폐콘크리트가 방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폐콘크리트는 공사 차량이 통행하는 진입로에 일부 재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옹진군은 폐기물 방치 외에도 시공사가 하늬해변 일대에 폐콘크리트 10∼15t가량을 불법 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옹진군은 경찰에 시공사를 고발할 계획이다.

또 군 당국이 필요한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도 일시적으로 정지했다.

옹진군은 서울경기남부시설단이 공사 착수 전 실시계획 승인을 받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고 해양환경 오염 저감 대책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천녹색연합 제공


점박이물범 서식지 환경 위협받아

백령도는 점박이물범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연간 300여 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이번 폐기물 방치로 점박이물범의 생존이 다각도로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해양폐기물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바다생물 중 하나가 바다표범을 포함한 해양 포유류인 점을 고려하면, 방치된 폐콘크리트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은 물범들의 휴식처를 파괴하고 서식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

특히 백령도 점박이물범은 중국 랴오둥만에서 백령도로 봄에 와서 여름을 지내고 늦가을에 다시 북한 해역을 거쳐 랴오둥만으로 돌아가는 회유성 생물로, 백령도가 이들의 중요한 먹이활동 및 휴식 장소다. 폐기물로 인한 서식지 훼손은 이들의 생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해양쓰레기는 생물 서식지를 덮쳐 해양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며, 콘크리트 폐기물의 불법 매립은 해저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고 점박이물범의 주요 먹이원인 어류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킨다.

점박이물범이 주로 먹는 쥐노래미, 조피볼락, 까나리 등의 서식지가 오염되면 물범들의 먹이 공급이 차질을 빗게 되고, 이는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공사 과정에서 차단 펜스나 침사지 설치 없이 진행된 작업으로 인해 토사와 오염물질이 해양으로 유입돼 물범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2018년 조성한 인공쉼터 주변 수질까지 악화될 우려가 있다.

앞서 환경단체 인천녹색연합은 군 당국이 시멘트 폐기물을 진입로 포장에 재사용하거나, 공사 구간 전반에 차단 펜스나 침사지를 설치하지 않아 해양 오염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백령도 하늬해변은 점박이물범의 주요 서식지일 뿐만 아니라 해변이 있는 진촌리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인 굴, 조개, 해삼, 미역, 다시마가 자라는 곳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현행법상 폐기물 불법 매립 책임은 행위자인 시공사에 있어 발주처는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공유수면 점·사용 중단 명령 이전에 민원 제기로 공사는 이미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