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추진위원회 출범식. 전라남도 제공

전남 나주시가 1조2000억원 규모의 인공태양 연구시설 부지로 최종 선정되면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핵융합 에너지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24일 발표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연구시설 유치를 넘어, 한국이 차세대 청정에너지 기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꿈의 에너지, 인공태양이란?

한국형 인공태양 '케이스타(KSTAR)' 전경.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인공태양은 태양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첨단 과학기술이다.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 원자핵들을 융합시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다.

놀라운 것은 그 효율성이다. 수소 1g으로 석유 8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바닷물 속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은 사실상 무한하며,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다. 기존 원자력 발전과 달리 폭발 위험이나 방사성 폐기물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꿈의 청정에너지'로 불린다.

한국, 핵융합 기술 선도국 반열에

한국형 인공태양 '케이스타(KSTAR)' 진공용기 내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이번 나주 유치는 한국이 이미 보유한 핵융합 기술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국내 핵융합 연구를 이끌어온 KSTAR(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기술이 이번 연구시설의 기반이 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초고온 플라즈마 제어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이미 핵융합 분야에서 독자적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7년 착공해 2036년 완공될 이 시설은 단순한 연구 공간을 넘어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 경쟁에서 한국이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나주가 선택받은 이유

나주 시민들의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캠페인

나주가 경쟁 지자체들을 제치고 최종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에너지 인프라가 있었다. 한국전력 본사를 비롯해 670여개 전력기업이 밀집한 '에너지밸리', 국내 유일의 에너지 특화대학인 켄텍, 그리고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와 에너지 국가산단 지정 등 오랜 기간 구축해온 에너지 생태계가 결정적 강점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연구시설 운영에 필수적인 단단한 화강암 지반, KTX와 고속도로로 연결된 우수한 교통망, 빛가람혁신도시의 안정적인 정주여건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소멸 위기의 새로운 해법으로도 주목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소멸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예측에 따르면 연구시설이 들어서는 나주 지역에는 300여개 관련 기업이 입주하고 최대 1만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10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나주시 1년 예산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첨단 과학기술 인력이 집중되는 연구시설 특성상, 고학력 청년층의 유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는 이미 핵융합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준비 중이며, 내년까지 핵융합 8대 핵심기술 중 하나인 초전도 도체 시험설비도 구축한다.

에너지 전환 시대, 대한민국의 선택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과제가 된 지금, 핵융합 에너지는 인류가 찾는 궁극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석연료 고갈과 기후변화라는 이중 위기 앞에서, 안전하고 깨끗하며 무한한 에너지원의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나주의 인공태양 프로젝트는 한국이 이 시대적 과제에 정면으로 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동시에 지역소멸이라는 국내 문제에도 혁신적 해법을 제시한다. 첨단 기술과 지역 발전, 국가 경쟁력과 균형 발전이라는 여러 목표를 하나로 통합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2036년, 나주에서 인공태양이 첫 빛을 밝히는 그날, 대한민국은 청정에너지 시대를 여는 선도국으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는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