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1970년대 강남 개발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교통의 심장부였던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50년 만에 대대적인 변신을 꾀한다.
서울시는 터미널 부지를 최고 60층 이상의 업무·주거·문화가 어우러진 '글로벌 복합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신세계센트럴,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본격적인 사전 협상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단순한 재건축을 넘어 노후화된 도시 기반 시설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여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한강과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 이번 개발의 핵심이다.
왜 지금인가? : 50년 세월에 갇힌 '교통 섬', 슬럼화와 체증의 늪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묶으며 성장했지만,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도심의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현재 부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상 주차장과 노후화된 터미널 건물은 도심 공간을 단절시키고, 주변 지역의 슬럼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주민들이 겪는 고통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하루 수천 대의 대형 고속버스가 드나들며 뿜어내는 매연과 소음, 그리고 이로 인한 만성적인 교통 체증은 서초구 일대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또한, 지하철 3·7·9호선이 만나는 '트리플 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불편한 환승 동선은 이용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혀왔다. 안전, 환경, 효율성 모든 측면에서 '전면적 수술'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반포 고속버스 터미널 현재 모습. 서울시 제공
'지하 요새'로 변신하는 터미널... 지상은 '미래형 입체 도시'로
이번 개발 계획의 백미는 '터미널의 지하화'다. 현재 지상에 넓게 퍼져 있는 경부·영동·호남선 터미널 기능을 지하로 통합하여 현대적인 환승 센터로 탈바꿈시킨다.
버스가 지하로 들어가면서 확보된 광활한 지상 공간은 업무, 판매, 숙박, 문화, 주거 시설이 수직으로 결합된 고밀도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최고 높이 60층 이상의 마천루가 들어설 예정이며, 이곳은 단순한 상업 지구를 넘어 글로벌 기업과 미래 혁신 산업이 교류하는 '글로벌 신성장 허브'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한정된 도심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도시 공간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버스는 지하 전용차로로 '슝'... 지상 교통지옥 해법 찾다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민간 사업자는 공공기여를 활용해 '고속버스 지하 직결차로'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속버스가 지상 도로를 거치지 않고 지하에서 곧바로 고속도로나 주요 간선도로로 진출입할 수 있게 하여, 지상부의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주변 연결 도로를 입체화하고 지하화하여 터미널 주변의 상습 정체 구간을 뚫고, 보행자와 차량의 동선을 분리하여 교통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다. 이는 터미널 이용객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에도 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강까지 걸어서 쾌적하게... 끊어진 도시의 맥 잇는 '녹지축'
터미널 개발은 단순히 건물만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단절되었던 도시의 맥을 잇는 작업이기도 하다.
개발 계획에는 터미널 부지에서 한강 시민공원까지 이어지는 '입체 보행교' 등 보행 인프라 구축 방안이 포함됐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와 차도로 가로막혀 있던 한강으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 시민들은 도심 속에서 쇼핑과 문화를 즐기다 자연스럽게 한강으로 걸어 나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서울을 대표하는 녹지·문화축이 터미널을 중심으로 새롭게 연결되는 '녹지문화거점'이 탄생하는 셈이다.
강남·여의도·용산 잇는 '삼각 벨트'의 완성
서울시는 이번 개발이 완료되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일대가 강남 도심(GBD), 여의도(YBD),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연결하는 서울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심과 공항을 잇는 접근성까지 갖춘 이곳은 명실상부한 '미래 교통 플랫폼'이자 국제 교류의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이번 사업은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모멘텀"이라며, "사전 협상 과정을 통해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25년, 서울의 관문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시공간을 바꾸는 혁신의 장으로 변모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