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7일 새벽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대한민국이 자체 기술로 만든 자랑스러운 로켓, 누리호(KSLV-II)가 네 번째 힘찬 비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누리호 4차 발사가 완벽하게 성공했으며, 탑재된 위성 13기 모두 예정된 궤도에 정확히 안착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언제든 원하는 때에 원하는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다시 한번 확실히 증명했다.

특히 이번 발사는 발사체의 제작부터 발사 운용까지 모든 과정을 민간 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첫 사례다. 정부 주도였던 우주 개발의 책임과 노하우가 이제 민간의 손으로 넘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배 부총리는 "이번 성공은 우리나라 우주산업 생태계가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차세대 발사체 개발, 달 탐사 등을 추진해 대한민국을 세계 5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약속했다.

X

어둠을 뚫고 한줄기 빛이 된 누리호

왜 밤에 쐈을까? 임무를 위한 특별한 야간 비행

이번 누리호는 임무의 특성 때문에 특별히 밤에 발사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누리호에 실린 주요 위성의 임무 때문이었다. 무게 516kg의 주탑재위성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지구를 정밀하게 관측하는 ‘슈퍼 아이(Super Eye)’ 역할을 맡는다.

이 위성은 약 50cm 크기의 물체까지 구분할 수 있는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관리, 농업 생산성 향상, 그리고 홍수나 산불 같은 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누리호는 작은 인공위성 12개(큐브위성)를 함께 실었다. 이 위성들은 각각 지구 오로라 현상을 관측하거나 미래 우주 기술을 시험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오로라처럼 밤에만 볼 수 있는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 누리호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올라야 했다.

X

누리호 밤 비행

1분 남기고 카운트다운! 긴박했던 순간

발사는 원래 예정된 시간보다 18분 지연되어 발사 가능 시한을 단 1분 남기고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발사 직전, 누리호와 발사대를 연결해 연료와 전기를 공급하는 '생명선'과 같은 장치인 엄빌리칼(Umbilical)의 회수 압력 센서에서 잠시 이상 신호가 감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엄빌리칼은 로켓이 이륙하는 순간 마지막으로 분리되는 중요한 장치로, 발사 시각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안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점검을 포기하지 않았다. 신속한 조치로 문제는 해결되었고, 마침내 새벽 1시 13분, 누리호는 하늘로 솟구쳤다.

X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 후 모든 과정은 기술적으로 교과서처럼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발사 후 2분 2초 (고도 65.7km): 가장 큰 힘을 냈던 1단 로켓을 분리했다. 마치 빠르게 달리던 자동차가 짐을 덜어내는 것처럼 로켓의 무게를 줄였다.

발사 후 3분 50초 (고도 211.1km):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을 분리했다. 이제 위성이 우주 공간에 노출될 준비를 마쳤다.

발사 후 12분 11초 (고도 601.3km): 최종 목적지인 600km 궤도에 진입하여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정확하게 분리했고, 이어서 큐브위성 12개도 차례로 성공적으로 우주에 풀어놓았다.

X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27일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4차 발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우주 시대를 여는 '민간의 힘'

이번 4차 발사 성공의 가장 큰 의미는 민간 체계종합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의 조립 및 제작을 넘어 발사 운용의 핵심적인 역할까지 수행했다는 점이다.

체계종합이란 발사체에 대한 모든 기술과 책임을 통합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주도했던 발사 준비와 운영 노하우가 이제 민간으로 완전히 이전되어, 국내 우주 산업의 기술적 자립도를 높인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손재일 대표는 "지난 3차 발사 이후 2년 6개월간 산업 생태계 유지가 쉽지 않았지만 협력업체들이 잘 극복했다"며, "이번 성공은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생태계가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우주발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는 앞으로 2027년까지 누리호를 두 차례 더 발사하며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고, 이후로는 민간 기업에 발사 수요를 보장하는 형태로 민간 참여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X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이뤄진 27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상공으로 솟아오르는 누리호를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