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양재근린공원 분변수거함. 서초구 제공

서울 서초구가 반려견 분변을 단순히 버리는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서초구는 지난 26일 환경관리 전문업체 ㈜고려이앤알과 '반려견 분변수거함 확대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수거부터 운반, 퇴비화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자원순환 시스템'을 갖춘 것이 핵심이다.

단순 수거함 넘어 '자원순환' 실현

서초구 방식은 기존 지자체들의 배변봉투함과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배변봉투만 제공하거나 단순 수거함을 설치하는 데 그친 반면, 서초구는 분변을 퇴비로 재탄생시키는 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전용 배변봉투 투입구, 내부 탈취제, 자동닫힘 기능을 갖춘 친환경형 수거함을 설치하고, ㈜고려이앤알이 매일 1회 전담 수거·운반·처리를 담당한다. 수거된 분변은 선별과 발효 공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퇴비화되어 자원으로 재활용된다.

구는 지난 7월 양재근린공원과 반포천 산책로에 원스톱 분변수거함 2개를 처음 설치한 데 이어, 이번 협약을 계기로 내년까지 주요 산책로와 공원을 중심으로 8개를 추가해 총 1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 내 반려견은 약 2만9천 마리로 추정된다.

다른 지자체는 '배변봉투함' 수준

타 지자체들도 반려견 배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서초구만큼 체계적인 곳은 찾기 어렵다.

서울에서는 노원구가 경춘선숲길, 중랑천, 우이천 등에 배변봉투함을 설치했고, 종로구는 숭인공원, 삼청공원 등 8곳에서 운영 중이다. 경기도에서는 광주시가 21개 공원에, 수원시가 19개 공원에 총 38개의 배변봉투함을 설치했다. 양주시, 고양시, 파주시도 공원에 배변 수거함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봉투 제공이나 단순 수거에 그친다. 오히려 관리 부실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대구 남구 앵두마을 어린이공원의 배변봉투함은 악취 민원으로 운영 두 달 만에 임시폐쇄됐다. 성남시 분당중앙공원에서는 배변봉투함이 있어도 일부 견주들이 배변을 치우지 않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시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X

고려이앤알 이준우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전성수 서초구청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26일 '반려견 분변수거함 확대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초구 제공

환경·위생·편의 3박자 해결

서초구 시스템은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 첫째, 자동닫힘 기능과 내부 탈취제로 악취를 차단해 비반려인의 불편을 최소화한다. 둘째, 매일 전문업체가 수거해 위생 문제를 원천 차단한다. 셋째, 분변을 퇴비로 전환해 환경 부담을 줄이고 자원순환 경제에 기여한다.

동물친화적 디자인도 눈에 띈다. 반려견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색상과 형태를 고려했고, 견주가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투입구 높이와 각도를 최적화했다.

"반려인·비반려인 모두 만족하는 공원 만들 것"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원을 한층 더 쾌적하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자원순환형 도시 환경 조성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를 맞아 공원 내 반려견 시설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8월 기준 국내 반려견 놀이터, 반려동물공원 등 공공공간은 총 123개에 달한다. 서울 월드컵공원과 어린이대공원, 수원 광교호수공원, 대전 반려동물공원 등 대규모 시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 확충만큼 중요한 것이 사후 관리다. 서초구의 원스톱 자원순환 시스템은 '설치 후 방치'가 아닌 '설치 후 책임 관리'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