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는 검은머리물떼새가 선호하는 환경을 분석해 인공 자갈밭과 모래톱을 조성했다. AI 생성 이미지


한때 오염의 대명사로 불리며 ‘죽음의 호수’라 낙인찍혔던 시화호가 이제는 멸종위기종이 돌아와 둥지를 트는 ‘생명의 호수’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경기 시흥시는 지난 28일 열린 ‘제25회 자연환경대상’에서 최우수상인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며, 그간의 생태복원 노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환경 정화 활동을 넘어, 멸종위기종의 실질적인 서식지를 복원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검은머리물떼새'를 위한 특별한 선물, 서식지 조성사업의 전말

이번 수상의 핵심 공적인 '경기 시흥, 시화호 검은머리물떼새 서식지 조성사업'은 벼랑 끝에 몰린 야생생물에게 안전한 집을 찾아주기 위한 시흥시의 치열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천연기념물 제326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검은머리물떼새는 갯벌이나 해안가, 섬의 바위 오목한 곳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시화호 주변의 급격한 개발과 매립으로 인해 이들이 안심하고 알을 낳을 수 있는 자갈밭이나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개체 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시흥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생태계보전부담금 반환사업을 활용, 2024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시는 시화호 내 인공섬(거북섬 인근 및 시화호 내측 유휴지)을 대상지로 선정하고, 검은머리물떼새가 선호하는 환경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인공 자갈밭과 모래톱을 조성했다. 단순히 돌을 까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조 시에도 알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지반 높이를 조절하고 비가림막 역할을 할 수 있는 염생식물을 식재하는 등 세심한 생태 설계를 적용했다.

또한, 너구리나 삵 등 포식자의 접근을 막고 낚시꾼 등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생태 울타리와 차폐림도 함께 조성했다.

이러한 노력은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사업 완료 직후인 올해 4월, 시화호 인공섬에 조성된 서식지에 검은머리물떼새 쌍이 날아들어 둥지를 틀고 산란과 포란을 하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이는 인공적인 개입이 자연 생태계에 긍정적인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되었다.

검은머리물떼새.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시민이 지키고 전문가가 돕다… 성공적인 지역 거버넌스

이번 사업의 성공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지역 기반 생태관리 모델’의 구축이다. 관 주도의 일방적인 사업이 아니라, 사단법인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과 협력하여 지역 주민과 생태 전문가가 기획 단계부터 모니터링까지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시화호 지킴이’들은 정기적으로 서식지 주변을 순찰하며 환경 정화 활동을 펼쳤고, 조류 전문가들은 번식기 동안 정밀 모니터링을 통해 개체군의 변화를 기록했다. 이러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으며,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시화호, 세계적인 생태관광의 메카로 도약한다

시흥시는 이번 수상을 발판 삼아 시화호 일대를 명실상부한 ‘철새도래지 생태복원 1번지’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우선, 검은머리물떼새 서식지 조성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시화호를 찾는 다른 멸종위기 조류들을 위한 맞춤형 대체 서식지를 단계적으로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시화호 상류의 갈대습지부터 하류의 갯벌까지 이어지는 생태 축을 연결하여, 철새들이 계절마다 머물다 갈 수 있는 거대한 ‘생태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단순한 보존을 넘어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생태 교육의 장으로 활용도를 높인다.

조성된 서식지 인근에는 ‘조류 관찰대’와 ‘생태학습관’을 확충하여 아이들이 망원경으로 직접 철새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하고, 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비대면 생태 교육 콘텐츠도 개발한다.

오는 2026년까지 시화호 일대를 중심으로 ‘국제 철새 축제’를 개최하고, 세계적인 생태 관광 도시들과의 교류를 통해 시화호의 브랜드 가치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시흥시 관계자는 “검은머리물떼새의 귀환은 시화호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앞으로도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맞추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생태 도시 시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