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구에서 발견해 학계에 보고된 신종 침벌인 '북방침벌'. 국립수목원 제공

강원도 양구 DMZ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북방침벌'이 산림해충 방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립수목원과 원광대 임종옥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ZooKeys에 발표한 이번 신종 발견은 단순한 생물종 추가를 넘어, 친환경 산림관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화학 방제에서 생물 방제로의 전환

현재 국내 산림해충 방제는 화학 살충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솔나방, 미국흰불나방, 오리나무잎벌레 등의 방제에 키틴 합성억제제가 활용되고 있지만, 화학 방제는 생태계 교란과 천적 피해, 해충의 약제 저항성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반해 기생벌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는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고, 사람이나 가축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안전한 방법이다. 특히 기생벌은 특정 해충만을 표적으로 삼아 비표적 생물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 발견된 '북방침벌'의 측면. 국립수목원 제공

침벌과의 독특한 생태적 가치

이번에 발견된 북방침벌이 속한 침벌과는 산림해충 방제에 특히 유용한 특성을 지닌다. 침벌은 나무 수피 틈에 사는 하늘소류 유충이나 잎말이나방 유충 같이 은폐형 습성을 가진 곤충에 기생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침벌 암컷이 알을 낳은 후 새끼가 성충이 될 때까지 주변을 청소하고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모계보호 습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천적으로서의 생존율을 높여 방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침벌 1종을 저장 곡식 해충의 천적으로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 농무부는 동아시아 원산의 알락하늘소와 서울호리비단벌레 등 산림해충 방제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방제 사례 공유와 병해충 공동 대응의 협력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산림 생태계 복원과 지속가능성 확보

생물적 방제의 가장 큰 장점은 생태계의 근본적인 균형을 회복시킨다는 점이다. 생물적 방제는 산림생태계의 균형 유지를 통해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근원적이고 항구적인 방제법이다.

단순림은 혼효림에 비해 해충 발생에 의한 피해가 많은 반면, 혼효림에는 여러 종류의 해충이 서식하지만 이들의 세력이 서로 견제되며 천적의 종류도 다양해 해충 밀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적 곤충의 발견과 활용은 건강한 산림 생태계 조성의 핵심이 된다.

통합해충관리(IPM)의 핵심 자원

통합해충관리는 생물학적, 문화적, 물리적, 화학적 도구를 결합하여 해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접근법으로, 대응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둔다. 침벌과 같은 천적자원의 발굴은 이러한 통합적 관리 시스템의 생물학적 방제 부문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포식성 진드기, 기생 말벌, 유익한 선충은 생물학적 해충 방제에 사용되는 유익한 유기체로, 해충을 잡아먹거나 기생하여 농작물을 자연적으로 보호 Koppert B.V.하는 역할을 한다. 침벌의 발견은 이러한 천적 라인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DMZ원의 중부DMZ 시공현장. 국립수목원 제공

DMZ 접경지역, 미래 천적자원의 보고

국립수목원 김일권 연구사는 "DMZ 접경지역은 아직 곤충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곳"이라며 "이번 신종 발견은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침벌과는 산림해충뿐 아니라 농작물, 시설재배 작물, 저장식물 해충에 대한 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이 있는 분류군이다. 연구팀은 "연구를 지속한다면 국내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곤충들이 앞으로도 더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발견을 계기로 DMZ 접경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천적자원 탐색과 함께, 발견된 천적곤충의 대량 증식 기술 개발, 현장 적용 실증 연구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학 살충제 의존도를 낮추고 생태계 건강성을 회복하는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그 첫걸음을 DMZ의 작은 벌이 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