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전 추진 중인 광주공항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 문제가 정부 주도의 합의로 전환되며 전기를 맞았다.

이해 당사자 간 이견으로 장기간 표류해온 사업이 국가가 직접 나서 조정·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이전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구체적인 재정·제도적 지원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아, 실질적인 추진력을 확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6자 협의체 첫 회의…무안 이전 ‘공동 발표’

광주 군 공항 이전 당사자인 광주시·전남도·무안군·기획재정부·국방부·국토교통부 등 6자는 17일 첫 공식 협의체 회의를 열고, 광주 군·민간공항을 무안으로 통합 이전하는 내용의 공동 발표문을 공개했다.

이날 합의는 사실상 무안을 이전 후보지로 명시한 것으로, 그간 이전 자체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무안군이 협의 테이블에 공식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합의문에는 이번 이전 사업을 국가 균형발전 차원의 핵심 과제로 규정하고, 정부가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문은 “정부는 군공항 이전 합의가 국가 균형발전에 중요한 과제임을 확인하며,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명시해, 사업의 성격을 사실상 ‘국가 사업’으로 못 박았다.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도시공사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1차 회의에서 참석 내빈들이 공동 발표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무안 지원 1조원…광주시·정부 공동 부담

이전 후보지인 무안에는 대규모 지원책이 약속됐다. 정부 정책 지원과 광주시의 자체 조달을 포함해 총 1조 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원 내용에는 ▲국가농업 AX(인공지능 전환) 플랫폼 구축 ▲에너지 신산업 육성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센터 조성 ▲기업 유치 등 첨단 산업 기반 조성이 포함됐다.

정부는 무안국제공항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무안군은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며, 정부와 광주시의 명확한 지원 확약을 요구해왔다. 이번 합의문에 국가 책임과 지원 방향이 명시되면서 무안군의 수용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안군은 향후 주민설명회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공식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구체적 재원 방안은 ‘공백’…우려 여전

그러나 이번 합의에는 정부 지원이 원칙적으로만 명시됐을 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과 지원 규모는 담기지 않았다.

특히 광주시가 무안에 지원하기로 한 1조 원의 재원 구성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실제 집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에 따르면, 1조 원은 ▲정부 3천억 원 ▲광주시 1천500억 원 ▲기부 대 양여 충당금 5천500억 원 등으로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돼 왔다.

하지만 이는 공식 확정안이 아니며, 향후 6자 협의를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광주시의 설명이다.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도시공사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1차 회의에서 참석 내빈들이 '공동 발표문'을 공개하고 있다.


‘기부 대 양여’ 한계…재정 부담 현실화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시가 새 군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국방부가 기존 군공항 부지를 광주시에 넘기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 토지 가치 변동, 공사비 상승 등으로 기존 방식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추산된 이전사업 총사업비는 5조7천억 원이다.
세부적으로는 ▲새 군공항 건설비 4조791억 원 ▲이전지역 지원사업비 최소 4천500억 원 ▲종전부지 개발비 8천356억 원 ▲금융비용 3천825억 원 등이다.

다만 땅값 상승과 공사비 인상 등을 감안하면 총사업비가 7조 원을 넘어 10조 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총사업비 재산정에 착수한 상태다.

“광주시 재정 한계”…추가 국가 지원 요구

광주시의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현행 구조만으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비용 지원, 국비 비율 확대 등 추가적인 국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광주시는 기존 공항 부지에 인공지능(AI)·빅테크 중심의 ‘광주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 토지 보상 문제, 민간 투자 유치 불확실성 등이 맞물리며 개발 성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 그래픽


특별법 개정 요구 확산...“재정·금융 지원 명문화해야”

전문가와 지역사회에서는 금융비용 지원, 국비 투입 근거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부의 현금 지원 등은 충분히 논의됐지만 이번 합의문에는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다”며 “부족한 내용은 특별법 개정을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민 수용성 ‘최대 변수’...무안·광주 여론 모두 관건

무안군은 합의를 바탕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 반발이 커질 경우 합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주 역시 민간공항 선(先) 이전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적지 않아, 시민 여론의 향방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도시공사에서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7년 이전 부지 확정 목표...절차는 이제부터 시작

정부와 관계 당국은 민간공항 이전과 호남고속철도 2단계 개통 시점인 2027년까지 무안 이전 부지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은 ▲이전 건의 ▲타당성 검토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이전 후보지 선정 ▲주변 지역 지원계획 심의 ▲주민 투표 ▲최종 부지 선정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번 6자 협의체 합의로 무안은 사실상 예비 이전 후보지로 분류된다. 국방부 장관이 이를 공식 발표하면 본격적인 이전 절차가 시작된다.

이후 이전 주변 지역 지원계획을 마련하고, 주민 투표를 거쳐 최종 이전 부지를 확정하게 된다.

“사업 기간 11년은 너무 길다”

김영선 광주시 통합공항교통국장은 “2027년 초까지 이전 부지가 확정되기를 기대한다”며 “총 사업 기간이 11년에 달하는 것은 너무 길어, 정부 부처와 협력해 최대한 압축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이 ‘합의’라는 첫 관문을 넘은 가운데, 이제 실질적인 재정·제도 설계와 주민 수용성 확보가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