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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48곳을 올해 하반기 도시재생사업 신규 대상지로 선정하면서, 방치되거나 노후화된 도시 공간을 지역 성장의 거점으로 되살리는 도시재생 정책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선정은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방 중소도시의 자립 기반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도시 정비를 넘어 환경·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48곳 신규 선정…비수도권·소도시가 중심
국토교통부는 18일 대전 대덕구 등 지방자치단체 48곳을 2025년 하반기 도시재생사업 신규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 지역 복합거점 조성을 위한 혁신지구(후보지 포함) ▲ 역사·문화 등 지역 자산을 활용한 지역 특화 ▲ 소규모 사업을 신속히 시행하는 인정사업 ▲ 노후 저층주거지역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노후 주거지 정비 지원사업 등 4개 유형으로 진행됐다.
신규 사업지 48곳 가운데 43곳(89.6%)이 비수도권이며, 22곳(45.8%)은 인구 10만명 이하 소도시다.
이는 도시재생 정책이 대도시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지방과 소도시의 생활 기반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시범지구로 대덕·횡성 선정…‘집중형 재생’ 실험
이번 공모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업 유형은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이 집중되는 혁신지구(국가시범지구)다.
국가시범지구로는 대전 대덕구와 강원 횡성군이 선정됐고, 혁신지구 예비 단계인 후보지로는 제주 제주시와 경북 경주시가 이름을 올렸다.
국가시범지구는 토지 이용 규제 완화, 공공·민간 복합 개발 허용, 재정·행정 지원 특례를 통해 대규모·집중형 도시재생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로, 지역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실험적 성격을 지닌다.
대전 대덕구, 산업 재생과 정주 환경을 함께 살린다
대전 대덕구는 공공청사 이전으로 유휴화된 옛 대덕구청 부지를 중심으로 산업·주거·행정 기능이 결합된 복합 혁신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덕구는 대전산업단지와 인접한 입지 특성을 살려, 지역에 산재한 뿌리산업과 제조 기반 중소기업을 연계하는 산업 지원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창업지원 공간과 기업 입주 시설, 기술 사업화 지원 기능을 집적해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청년과 근로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생활 SOC(돌봄·문화·복지시설)를 함께 공급해 일자리와 주거가 결합된 정주 환경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는 신규 개발을 통한 외연 확장이 아니라, 기존 도심의 유휴 공간을 재활용해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역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도시재생의 본래 취지를 구현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강원 횡성군, 중소도시형 균형발전 모델 구축
강원 횡성군은 KTX 횡성역과 기존 시가지, 산업·물류 기능을 연계한 중소도시형 성장 모델을 국가시범지구에서 구현한다.
횡성군은 교통 접근성을 기반으로 지역 산업과 연계한 창업·지원 시설을 조성하고, 노후된 중심 시가지의 기반 시설과 생활 편의시설을 정비해 도시 기능을 재편할 계획이다.
특히 농·축산 등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 청년과 귀농·귀촌 인구의 정착을 고려한 주거·문화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인구 유출을 완화하고 자립형 지역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는 지방 소도시가 개발 경쟁이 아닌 생활 여건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균형발전 전략으로 읽힌다.
지역 자산 활용·생활 밀착형 재생도 확대
혁신지구 외에도 지역 특화와 인정사업, 노후 주거지 정비 지원사업이 폭넓게 선정됐다.
역사·문화·산업 등 지역 고유 자산을 활용한 지역 특화 사업에는 경북 고령군, 충남 공주시, 전북 부안군 등이, 주민에게 필요한 행정·복지·문화 기능을 신속히 공급하는 인정사업에는 충북 제천시, 전북 김제시, 강원 강릉시 등이 포함됐다.
기반·편의시설 정비와 민간의 자발적 주택 개선을 연계하는 노후 주거지 정비 지원사업 대상에는 전북 임실군, 충북 청주시, 강원 삼척시 등이 선정됐다.
이는 대규모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생활 환경 개선을 통해 주거 만족도를 높이려는 환경 친화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2조1천억원 투입…‘개발’ 아닌 ‘회복’에 방점
이번에 선정된 신규 사업지에는 국비 5천467억원, 지방비 3천995억원 등 총 2조1천161억원이 투입돼 쇠퇴 지역 458만㎡가 재생된다.
공동이용시설 135개, 주차장 1천106면 등 생활 기반 시설이 조성되고, 사업 기간 동안 8천611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국토부는 전망했다.
도시 외곽 확장이나 대규모 철거 중심 개발이 아닌, 기존 도시 구조를 활용한 재생 방식은 토지 소비와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시재생, 지역균형발전의 성패 가를 분수령
김정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과장은 “도시재생은 방치됐던 공간을 지역 활력 거점으로 재탄생시키고 지역의 자립 기반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이라며 “이번 신규 선정이 쇠퇴 지역의 정체된 흐름을 깨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이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지역 주민 참여, 지역 산업과의 실질적 연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