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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인창천 생태하천 복원 조감도. 구리시 제공

경기 구리시 도심을 관통하는 인창천이 콘크리트 구조물을 벗고 생태하천으로 거듭난다. 199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복개돼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하천이 30여 년 만에 다시 물과 생명이 흐르는 공간으로 복원되는 것이다.

구리시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인창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에 착수했으며, 총 475억 원이 투입된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하천 정비를 넘어 도시 환경 개선, 생태계 회복,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도모하는 도심형 생태 복원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복개 하천에서 생태축으로… 인창천의 변화

인창천은 왕숙천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는 도시 하천으로, 과거에는 자연형 하천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1993년 일부 구간이 복개되며 하천 기능이 상실됐고, 수질 악화와 건천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복원이 완료되면 인창천은 콘크리트 수로에서 벗어나 ▲자연형 하도 ▲완만한 제방 ▲다양한 수생·육상 식생이 공존하는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다.

물 흐름이 회복되면서 미생물과 저서생물, 어류 서식 환경이 개선되고, 왕숙천~한강으로 이어지는 도시 생태축도 복원될 전망이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서 단절됐던 물길을 다시 여는 것은 열섬 완화와 미기후 개선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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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구리시는 22일 수택동에서 인창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 착공식을 열었다. 구리시 제공

주민 삶에 스며드는 ‘도심 속 자연’

생태하천 복원으로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하는 주체는 주민이다. 인창천 전 구간에는 산책로, 소규모 쉼터, 수변 데크 등이 조성돼 일상 속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하천변 녹지는 미세먼지 저감과 소음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여름철에는 수변 공간이 도심의 온도를 낮추는 냉각 역할을 하게 된다.

단절됐던 하천 공간이 보행 중심의 열린 공간으로 전환되면서, 주민 이동 동선과 생활 반경도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심 상권과 인접한 입지 특성상, 하천을 따라 형성되는 보행 네트워크는 지역 상권 활성화와 도시 재생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태하천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인창천 복원 사업은 크게 세 단계로 추진된다.

1단계는 복개 구조물 철거다. 인창천 810m 구간 가운데 복개된 490m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을 제거해 하천을 지표로 다시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하천 폭과 흐름을 고려한 하상 정비가 병행된다.

2단계는 자연형 하천 조성이다. 인공 수로를 걷어내고 자연석, 식생 매트 등을 활용해 생물이 정착할 수 있는 하천 구조를 만든다. 완만한 수변과 여울·소를 조성해 물의 흐름에 변화를 주고,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3단계는 친수·도시재생 연계 공간 조성이다. 산책로, 휴식 공간, 소규모 문화·커뮤니티 공간을 하천 주변에 배치해 시민 이용도를 높이고, 인근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하천을 지역의 중심 공간으로 재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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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수택동 검배 공영주차장. 구리시 제공

주차장에서 생태 인프라로… 도시의 선택

인창천 복원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복개 구간을 활용하던 공영주차장의 대체 문제였다. 구리시는 주변에 추가 주차 시설을 확보해 총 770면의 주차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복원 사업을 재추진했다.

이미 철거 예정인 인창천 공영주차장을 대체할 시설로 수택동에 지하 3층, 지상 1층 규모의 검배 주차장이 건립됐다. 이는 자동차 중심의 공간을 생태·보행 중심 공간으로 전환하는 도시 정책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심 생태 복원의 시험대

인창천 생태하천 복원은 지방 중소도시 도심에서 추진되는 대표적인 하천 복원 사례로 평가받는다. 개발 논리로 덮였던 하천을 다시 시민과 자연에게 돌려주는 과정은 도시 환경 정책의 전환을 의미한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인창천은 구리의 중심 상권과 가장 가까운 기반 시설”이라며 “시민이 머물고 쉬는 친수 공간이자, 지역 경제와 연결되는 생태 자산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인창천이 단순한 물길을 넘어 도시의 숨통이 될 수 있을지, 그 변화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