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기후위기 통합 대응 상황실의 AI 생성 이미지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시대, 정부가 기후재난 대응을 넘어 국민의 삶 전반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전환에 나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 대책(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확정하고, 이행 기반을 뒷받침할 ‘기후적응특별법’ 제정을 본격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특별법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개별 부처 단위에서 벗어나 범정부 차원의 통합 대응 체계로 재편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 기후위험 감시·예측부터 취약성 평가, 정책 반영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법적 틀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반복되는 기후재난, 기존 제도의 한계 드러나

정부는 그동안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최근의 기후재난 양상은 기존 제도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대형 산불의 장기화, 국지성 집중호우, 극심한 폭염과 한파, 농·수산물 생산 기반 붕괴 등 기후위기는 이제 특정 부문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해 온 기후 관련 사업은 연계 부족과 중복, 정책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따라 기후위기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위 법체계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기후적응특별법, 무엇이 달라지나

기후적응특별법은 단순한 선언적 법률이 아닌 실행 중심의 관리법을 지향한다. 핵심은 기후위기 대응을 하나의 정책 사이클로 구조화하는 데 있다.

법안에는 △기후위험 감시·예측 체계의 공동 활용 △기후위험 영향·취약성 평가의 국가 총괄 조정 △평가 결과의 각 부처 행정계획·재정사업 반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상청, 산림청, 농진청 등 각 기관이 생산하는 기후 정보가 부처별로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통합 관리되고, 실제 정책과 예산에 반영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기후적응특별법이 지향하는 '감시–평가–정책 반영'의 전 주기 법제화 과정을 나타내는 직관적인 인포그래픽. AI 생성 이미


‘감시–평가–정책 반영’… 기후 대응의 전 주기 법제화

특별법이 제정되면 기후위기 대응은 세 단계로 명확히 구조화된다.

먼저 각 부처와 전문기관이 기후재난과 위험 요인을 과학적으로 감시·예측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를 토대로 부문별 기후 영향과 취약성을 종합 평가한다.

이후 평가 결과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중장기 계획과 개별 사업에 의무적으로 반영된다.

정부는 이 같은 체계가 구축되면, 기후재난 발생 이후의 사후 복구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과 위험 관리 중심의 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취약계층 보호 정책, 법적 기반에서 강화

기후적응특별법은 특히 기후 취약계층 보호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폭염·한파에 취약한 노인, 저소득층, 옥외 근로자, 반지하 거주자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법정화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 지원 대책을 수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에너지 비용 절감, 주거 단열 개선, 침수 방지 시설 설치, 이주 지원 등 현재 개별 사업 형태로 추진되던 정책들이 법률에 근거한 국가 책무로 격상되는 셈이다.

이는 기후위기를 사회적 불평등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다.

산업계·지자체까지 아우르는 통합 대응 구조

특별법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산업계와 지방정부의 역할도 명확히 규정할 예정이다.

업종별 기후위험 분석과 대응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지자체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적응대책 수립과 주민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역 단위 광역협의회 구성, 주민참여단 확대 등 현장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도 법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후적응 정책의 실효성과 현장 체감도를 동시에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후 약자를 보호하는 국가의 손길. AI 생성 이미


국제 협력까지 포괄하는 기후적응 법체계

기후적응특별법은 국내 대응에 그치지 않고 국제 협력의 근거 법률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정부는 아시아와 중남미 등 기후 취약 국가를 대상으로 물관리 기술, 인공지능 홍수 예·경보 시스템, 식량 지원 등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며, 이러한 국제 협력 사업을 법적으로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기후위기를 글로벌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한국의 기후적응 정책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기후위기 대응, 선택 아닌 국가의 기본 책무”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업과 생계,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라며 “기후적응특별법은 국가가 책임지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관계부처 협의와 국회 논의를 거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주요 과제를 법적 틀 안에서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시대,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국가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 기후적응특별법 제정 논의가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