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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지구단위계획 대상지 위치. 서울시 제공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한옥을 짓기 위한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서울시는 지난 24일 개최한 제21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인사동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계획은 인사동 일대 12만4천68㎡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16년 만에 전면 개편한 것으로, 전통적 정체성을 보호하면서 현대 한옥 수요 증가 등 달라진 도심 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한옥밀집지역인 인사동에서 한옥을 지을 경우 적용되는 건축 규제 완화 특례의 문턱을 낮춰 전통양식 건축을 적극 유도한다.
전통양식 건축 적극 유도
서울시는 한옥 건축 인정 기준 면적을 기존 건축 연면적의 7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축소하고, 현대식 재료를 포함한 한식형 기와도 한옥 지붕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상부 구조 역시 전통 목구조뿐 아니라 최대 15개 기타 구조를 허용하되, 주요 구조 부재 수의 50% 이하로 제한해 전통성과 현대 기술의 조화를 도모했다.
또 기존 8개로 세분돼 있던 최대 개발 규모를 인사동 내부·완충부·간선변 등 3개로 통합 조정해 개발 규제를 간소화했다. 가로 활성화를 위한 권장 용도도 신설해 용적률·높이 인센티브와 연계하고, 허용 용적률은 최대 660%까지 적용해 지역 필요 시설 조성을 유도하기로 했다.
관리 필요성이 크거나 단독 개발이 어려운 필지에는 획지 계획·공동개발 계획을 신설하고 자율적 공동개발 허용 조건을 완화했다. 미개발 대규모 부지는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도록 기존 지침을 조정했으며, 지역 내 조화로운 개발이 필요한 곳은 ‘특별계획(가능)구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시는 재열람 공고를 거친 뒤 ‘인사동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을 최종 결정·고시할 예정이다.
서울시 주택실장 최진석은 “이번 재정비를 통해 인사동길과 한옥밀집지역, 건축자산, 골목길 특성은 유지하면서도 변화된 도심 여건에 맞는 역사문화거점으로서 가치를 높이고 지역에 활력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옥 건축 늘면 어떤 효과 있나
전문가들은 인사동에 한옥이 대거 도입될 경우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
첫째, 전통경관 보존과 도시 정체성 강화
한옥은 지붕선과 마감재, 마당·담장 등 전통 미감이 드러나 도시 풍경을 부드럽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인사동이 지닌 전통문화 상징성과 조화를 이뤄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걷기 좋은 거리 환경을 강화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둘째, 관광·상권 경쟁력 상승
한옥 카페·갤러리·숙박·체험시설 등 관광 콘텐츠 확장이 가능해 국내외 관광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체험형 관광 증가 추세에 따라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문화·창작 기반 확대
전통 건축물은 공예·미술·문화산업과 결합하기 용이해, 인사동의 문화예술 생태계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옥 지으면 어떤 혜택 있나
이번 계획 개편으로 한옥 건축 시 적용 가능한 혜택은 다음과 같다.
▲한옥 인정 기준 완화
기존 7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낮춰 적용 범위 확대
▲현대식 재료 활용 허용
전통 기와뿐 아니라 한식형 기와 인정
▲구조 선택 폭 확대
전통 목구조 외 다양한 구조 사용 가능(일부 제한)
▲용도·용적률 인센티브 연계
가로 활성화 기여 시 혜택 제공
▲복잡한 규제 단순화
개발 규모 구분 완화로 사업성 개선
이는 과도한 규제로 한옥 건축이 사실상 어려웠던 문제를 완화해 ‘전통 보존과 현실성’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옥, 건축비 더 비싸진 않을까?
일반적으로 한옥은 전통 목재 가공과 수작업 비중이 높아 철근콘크리트 건물보다 공사비가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순수 전통 방식 한옥은 구조·마감·창호 등에서 비용 부담이 크다.
다만 최근에는 ▲철근콘크리트 구조 위 전통양식 입면 적용 ▲공장 제작 부재 활용 ▲현대자재 병행 사용 등으로 비용 차이를 줄이는 ‘현대 한옥’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번 계획에서 현대 재료를 인정해 전통미는 유지하면서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인센티브를 통해 용적률·높이 등 개발 효율이 보완되면 전체 사업비 대비 수익성은 기존보다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통과 현대 공존하는 한옥거리로”
이번 지구단위계획 조정은 한옥의 보존 가치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도시 안에서 지속 가능한 전통 건축의 활용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시는 한옥 확산이 역사문화 거점으로서 인사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