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판매되고 있는 커피.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제도적 권고를 넘어 실천 단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컵 따로 계산제’를 포함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도 개인 컵 사용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등 생활밀착형 정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감축이 ‘환경 캠페인’을 넘어 ‘소비문화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컵 따로 계산제’로 행동 변화 유도

정부는 최근 발표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서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가 ‘컵 따로 계산제’다. 이는 음료 구매 시 일회용컵 가격을 영수증에 별도 표기해 소비자가 비용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일회용컵 비용은 음료 가격에 포함돼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가격을 가시화해 다회용컵 사용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일회용품 사용 제한 강화, 재활용 체계 고도화 등 생산과 소비 전 과정에서의 감축 전략을 병행한다.

기후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은 연간 수억 개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커피전문점 이용이 일상화된 도시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일회용컵은 대표적인 생활 폐기물로 지목돼 왔다. 정부가 비용 신호를 활용한 정책 도입에 나선 배경이다.

당진 텀블러 할인 카페 100호점 달성. 당진시 제공


당진시, 개인 컵 이용자 할인 지원으로 실천 확산

정부 정책과 맞물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현장 정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충남 당진시는 지난해 5월부터 카페가 개인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100원 이상 자체 할인을 제공하면 시가 400원을 추가 지원해 최소 500원 이상 할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시의 추가 지원액을 700원으로 확대했다.

실질적인 체감 혜택이 늘어나면서 참여 카페 수는 최근 100곳을 돌파했다. 개인 컵 이용 건수도 월평균 24만건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당진시는 시민 참여와 업소 협력 확대를 통해 일회용품 감축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부산 등 지자체, 지역 맞춤형 다회용컵 정책 추진

여러 지자체는 지역 여건에 맞춘 다회용컵 사용 촉진 정책을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개인 컵 사용자에게 포인트·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다회용컵 회수·세척 시스템을 도입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카페 텀블러 세척 장비 지원 등 인프라 기반 지원도 병행한다.
부산과 서울 성동구 등은 공공기관·생활권 중심의 다회용컵 상시 운영 모델을 확산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경제적 혜택 ▲이용 환경 개선 ▲인식 변화 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자발적 실천과 정책 유인이 결합된 형태”로 평가한다.

한국 사회, 왜 ‘컵’부터 바꾸나

한국은 1인당 일회용품 사용량이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커피전문점·배달음식 등 도시형 소비문화 확산으로 일회용 컵과 포장재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해 왔다.

일회용컵은 가볍고 오염이 쉽게 발생해 재활용 효율이 낮다.

또한 소각·매립 과정에서의 환경 부담과 미세플라스틱 문제 등 연쇄적 환경 위험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배출 이후 처리보다 사전 감축에 정책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서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 생성 이미지


‘가격·인프라·문화’ 3박자 접근 필요

최근 추진되는 탈플라스틱 정책은 ▲가격 신호 제공(컵 가격 분리·인센티브 지급) ▲이용 환경 개선(회수·세척 인프라 확충) ▲소비문화 변화 유도의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 소비 습관의 구조 전환을 목표로 한 장기 전략이다.

다만 소상공인 부담 완화, 위생·관리 기준 정착, 감축효과 검증 등 과제도 남아 있다. 정책 효과를 안정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자발적 참여와 제도 유인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정책이 일상 속으로”

그럼에도 이번 정책 흐름은 플라스틱 문제를 시민의 소비 행태와 연결시킨 구조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의 제도적 틀과 지자체의 생활밀착형 정책이 결합하며 환경 정책이 시민 일상 속에서 작동하는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용컵에서 시작된 변화가 다회용기, 생활용품, 유통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형 탈플라스틱 전환 모델이 현실적인 방식으로 정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