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선유도 망주봉 일원 낙조. 국가유산청 제공
2025년 을사년의 마지막 태양이 서해 수평선 너머로 저물어 가고 있다.
특히 서해안을 중심으로 한 해넘이 행사가 과거의 정적인 틀을 깨고 화려하고 이색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단순한 낙조 감상을 넘어 미디어아트, 드론 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참여형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2025 이색 해넘이 명소 10선'의 현장 상황을 정리했다.
2025년의 마지막 날, 서해안의 해변은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사람들의 온기로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1. 전북 부안군 변산해수욕장: "디지털로 타오르는 소망의 불꽃"
변산은 올해 '전통의 현대적 해석'에 집중한다. 31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축제는 지역 난타팀 '바람꽃'과 팝페라 그룹 '라오니엘'의 공연으로 예열된다. 일몰 직전인 오후 5시 30분, 실제 불 대신 LED 조명과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LED 디지털 달집태우기' 점등식이 열린다.
방문객이 스마트폰으로 보낸 소원 메시지가 거대한 LED 달집 위로 실시간 스크롤되며 타오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밤 9시까지 이어지는 행사에는 가수 신승태의 공연과 LED 쥐불놀이 체험 등이 쉼 없이 이어진다.
2. 충남 서천군 마량진항: "일몰과 일출의 랑데부"
서해에서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이곳은 밤샘 축제를 준비한다. 해넘이 직후에는 '성경 전래지'라는 지역 특색을 살린 경건한 음악회가 열리며, 자정에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마량포구 밤하늘을 수놓는다.
특히 관광객이 직접 고구마와 가래떡을 구워 먹는 '감성 모닥불 존'을 확대 운영하며, 새벽에는 3,000인분의 대형 떡국 나눔 행사가 이어진다.
3.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1km 백사장을 채우는 스파클러의 파도"
대천해수욕장에서는 낙조가 시작되는 순간 수천 명의 관광객이 동시에 스파클러(손불꽃)를 흔드는 '빛의 파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올해는 뱀띠 어린이들을 위한 '복 선물 증정식'과 시민 참여형 신년 메시지 낭독이 추가됐다. 행사 후 인근 '다보관'에서는 보령 특산물을 곁들인 따뜻한 떡국 배식이 이루어져 관광객의 몸을 녹여줄 예정이다.
4. 전남 진도군 세방낙조: "오감을 깨우는 국악의 선율"
진도 세방낙조 전망대에서는 국악의 고장답게 '낙조 국악 판타지'를 연다. 섬들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배경으로 대금과 아쟁 산조가 울려 퍼지며, 일몰 10분 전부터는 모든 관객이 함께 강강술래를 추며 태양을 배웅하는 집단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가장 한국적인 해넘이 풍경으로 외신도 주목하는 이색 포인트다.
5. 인천 서구 정서진: "빛으로 그린 아라뱃길의 밤"
수도권 명소 정서진은 '노을빛의 향연'을 주제로 미디어 아트에 힘을 준다. '노을종' 조형물을 중심으로 대형 네온 레터링과 달 모양 조형물을 설치해 밤 8시까지 야간 경관 조명 쇼를 이어간다. 버스킹 가수 이규형의 공연과 팝페라 무대가 일몰 전후를 장식하며, 푸드트럭 구역에서는 '노을 칵테일' 등 이색 먹거리를 선보인다.
정서진 노을종 야경 해넘이. 인천관광공사 제공
6. 전남 신안군 천사대교: "1,004대의 드론이 그리는 2026 희망"
천사대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론 라이트 쇼'는 단연 압도적이다. 1,004대의 드론이 공중에서 2025년의 푸른 뱀이 2026년의 붉은 말로 변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다. 다리 전체의 LED 경관 조명과 드론 불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우주 공간에 있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7. 충남 당진시 왜목마을: "바다 위 요트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찰나"
당진시 북쪽 끝에 위치한 왜목마을은 서해를 양분하면서 가늘고 길게 뻗어나간 특이한 지형을 하고 있다. 왜목마을은 서해에서 북쪽으로 반도처럼 솟아 나와 있는데, 솟아나온 부분의 해안이 동쪽을 향하고 있어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서해 일출 명소로 유명한 왜목마을은 해넘이 요트 퍼레이드를 백미로 내세운다. 수십 대의 크루즈 요트가 황금빛 노을을 받으며 행진하고, 관광객은 사전 예약을 통해 '해상 낙조 크루즈'에 탑승할 수 있다. 육지에서는 소원 성취 달집태우기와 함께 신년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대형 북 치기 행사가 이어진다.
8. 인천 중구 을왕리/왕산: "MZ를 위한 실시간 소통 축제"
MZ세대의 성지 을왕리는 '글로벌 실시간 라이브'를 진행한다. 해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 세계 유튜버들과 동시 카운트다운을 하며,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사연을 DJ가 읽어주는 소통형 프로그램이 중심이다. 감성 포토존 '선셋 프레임'에서는 즉석 인화 서비스도 제공한다.
9.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 "한반도의 끝에서 희망의 띠배를 띄우다"
해남은 31일 저녁 록 밴드 '노브레인'과 함께하는 '땅끝 음악회'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액운을 담은 소형 '띠배'를 바다로 띄워 보내는 전통 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한다. '땅끝 자유이용권'을 발행해 지역 음식점과 체험장을 연계한 통합형 축제를 지향한다.
10. 경기 화성시 궁평항: "건강하게 보내는 한 해, 낙조 하이킹"
궁평항은 활동적인 관광객을 위해 '해넘이 바이크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낙조가 아름다운 해안 데크길을 따라 라이딩을 즐긴 후, 항구 광장에서 지역 어민들이 준비한 굴 구이와 바지락 칼국수를 즐기는 미식 파티가 열린다. 가족 방문객을 위한 '해넘이 그림 그리기 대회'도 함께 개최되어 풍성한 연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