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된 폐현수막. 연합뉴스


거리 곳곳에 걸렸다가 버려지는 폐현수막이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 기업이 손을 잡고 폐기물 발생 억제부터 고부가가치 업사이클링까지 전주기 관리 체계를 구축한 결과다.

최근 열린 경진대회에서는 서울시의 표준화 정책과 민관 협업을 통한 사회 환원 모델이 주목받으며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의 미래를 제시했다.

전국 최초 서울시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 기후부 제공


지자체의 혁신적 관리 체계: 서울시의 표준화와 지역별 특화 모델

지방자치단체들은 폐현수막을 체계적으로 수거하고 자원화하기 위해 행정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전국 최초로 폐현수막 전용 공용집하장을 설치해 수거된 현수막의 95%를 재활용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서울시는 자치구마다 달랐던 처리 방식을 통일하기 위해 자체 폐현수막 처리 및 통계 매뉴얼을 배포하고 담당자 교육을 실시하며 행정 관리의 표준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경북 예천군은 실습 면접 등을 거쳐 채용한 전문 인력을 활용해 폐현수막 재활용 작업장을 직접 운영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과 자원순환을 연계했다.

부산 동래구는 사회단체와 협업한 불법현수막 수거 보상제를 통해 정비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정게시대 관리 시스템을 통해 발생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예천군은 전문 인력을 활용해 폐현수막 재활용 작업장을 직접 운영했다. 기후부 제공

부산 동래구는 폐현수막으로 제작한 마대를 활용해 청소도구로 쓰고 있다. 기후부 제공


민·관 협업의 진화: 업사이클링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폐현수막 재활용은 이제 단순한 수거를 넘어 민간 기업의 기술력과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부울경 지역본부)과 현대아울렛 가든파이브점은 민간에서 수거한 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해 휴대용 방석 등을 제작하고, 이를 사회복지시설이나 동물보호소에 기증하는 사회 환원 체계를 마련했다.

충북 청주시는 SK케미칼, ㈜카카오, ㈜세진플러스와 협력해 폐현수막을 가구와 놀이기구로 재탄생시켰다. 이렇게 제작된 물품들은 노인복지관이나 보육시설 등 지역 내 취약계층 시설에 제공되어 실질적인 지역 공헌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북 구미시 역시 민간 자활센터와 손잡고 우산, 마대, 장바구니 등을 제작해 배포하며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원순환 환경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폐현수막 수거 및 재활용 사례


정책적 대안: 발생 원천 억제와 디지털 전환

정부와 지자체는 폐현수막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공공행사에서 전자현수막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며 일회성 현수막 사용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또한, 전자게시대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를 확대해 현수막 없는 행정 문화를 조성 중이다.

재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세부 방안으로는 기존보다 크기를 줄인 소형 공공형 게시대 운영(예천군 사례)과 같은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폐기물 재질별 분류와 통계 관리의 정밀화를 통해 수거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우수사례를 전국 지방정부에 공유해 현수막 관리의 표준 모델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청주시는 지역 업체와 협업해 폐현수막을 가구로 제작했다. 기후부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부울경 지역본부)과 현대아울렛 가든파이브점은 수거한 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한 휴대용 방석 등을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했다. 기후부 제공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마대에서 가구까지 활용 사례

수거된 폐현수막은 소재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된다.

• 생활 소모품: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장바구니, 청소 마대, 우산 등으로 제작되어 실생활에 직접 활용된다.

• 고부가가치 시설물: 폐현수막을 가공해 만든 가구와 놀이터 기구는 내구성이 뛰어나 보육시설의 필수 집기로 재탄생한다.

• 사회적 기부 물품: 아울렛 등에서 수거한 현수막으로 만든 휴대용 방석은 노인복지관 등에 전달되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경북 구미시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원순환 환경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기후부 제공


행정안전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2025년 폐현수막 자원순환 문화조성 경진대회’ 결과, 공공부문에서는 서울특별시가 최우수상을, 민관 협업부문에서는 건보공단·현대아울렛 팀이 최우수 모델로 선정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폐현수막 자원순환은 마치 ‘버려진 천 조각들이 모여 튼튼한 밧줄이 되는 과정’과 같다.

하나하나일 때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지자체의 표준화된 관리와 민간의 아이디어가 촘촘하게 엮이면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소중한 자산이자 사회적 가치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