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성게 등 해양생태계 교란 생물들이 친환경 섬유 가공제로 업사이클링되어 기능성 섬유 소재로 재탄생했다. AI 생성 이미지
2025년 하반기 해양수산부 신기술 인증 목록에는 특이한 기술이 눈에 띈다. 바로 불가사리와 성게 같은 극피동물에서 유래된 섬유소재 제조기술이다.
이 기술은 바다의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생물들이 친환경 섬유 가공제로 업사이클링되어 기능성 섬유 소재로 재탄생하는 혁신적인 성과로 인정받았다.
극피동물은 성게와 불가사리 등 가시·골편을 가진 해양 무척추동물로, 이들은 번식력과 포식 능력이 강해 해양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이른바 '해적생물'로 불린다.
이들은 어업 생산성 감소, 갯녹음 등 해양환경 악화를 유발해 제거와 처리 비용이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들 생물들은 친환경 섬유 가공제로 업사이클링되어 기능성 섬유 소재로 재탄생했다.
업사이클링 과정
먼저 해녀·어촌계를 통해 수거된 성게 껍데기와 불가사리는 공장으로 운반되어 탄산칼슘과 다공성 구조 성분을 분리·추출한다. 이 성분은 섬유 가공에서 입자 안정성과 기능성을 부여하는 친환경 가공제로 활용된다.
탄산칼슘 기반의 다공성 구조는 일반 섬유보다 염소 저항성(염소성분에 대한 저항성)과 탈취 성능, 내구성이 뛰어난 특징을 가진다.
이를 통해 기존 섬유 대비 내염소성 약 12% 향상, 소취성 약 15% 개선, 내구성 약 20% 향상이 확인되며, 기능성 섬유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스타트업 주도 혁신과 정부 협력
이러한 기술 상용화를 선도한 기업이 바로 스타트업 (주)쿨베어스다. 이들은 '바다를 구하는 친환경 섬유소재 개발'을 목표로 불가사리·성게를 활용한 친환경 스판덱스(Spandex) 기반 섬유소재와 가공제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쿨베어스의 공동 창업자 이민재 대표는 “패션산업 전반이 친환경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해양 생태계 교란종을 자원화하는 비즈니스를 추진해 왔다.
특히 쿨베어스는 신한은행 그룹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젝트 선정 및 자금·멘토링을 받으며 기술 개발을 가속화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해양생물 폐기물 처분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섬유 소재 시장을 창출하는 데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다.
불가사리, 성게 등에서 추출된 섬유가공제는 일반 섬유보다 염소 저항성과 탈취 성능, 내구성이 뛰어난 특징이 있다.
상용화 현황: 골프웨어 ‘에이븐’의 등장
쿨베어스는 단순 원료 공급을 넘어서 완제품으로의 확장에도 성공했다. 2025년 7월에는 친환경 골프웨어 브랜드 ‘에이븐(Aven)’을 공식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해적생물 유래 섬유소재를 적용한 스포츠웨어 라인으로, 필드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활용 가능한 하이브리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에이븐은 환경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중심 가치로 삼으며, 탄성과 통기성 등 스포츠웨어에 요구되는 기능성을 친환경 소재로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스판덱스 소재에 불가사리·성게 유래 가공제를 적용함으로써 내염소성·탈취성·내구성의 복합 기능을 갖춘 섬유로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지원 제도 및 의미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해양수산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을 발굴·지원하는 신기술 인증제(NET)를 운영해 오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까지 총 158건의 신기술을 인증했다.
동시에 신기술 적용제품 확인제도를 시행해 11건의 적용제품을 공공조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인증을 획득하면 기업은 R&D 및 창업투자 지원사업에서 가점을 받고, 해양수산 건설공사 시험시공 등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또한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따라 공공조달 수의계약이 가능해져 판로 확대에 유리하다.
김명진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관은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제도는 연구개발 성과를 산업현장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제도”라며 “유망 기술의 상용화를 지원하고 관련 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를 향한 업사이클링의 가치
불가사리·성게 같은 극피동물이 과거의 ‘해적생물’ 오명을 벗고 해양 생태계 완화와 순환경제 창출에 기여하는 자원으로 재탄생한 것은 산업·환경 분야 모두에서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는 바다에서 문제였던 존재가 혁신 소재로 재탄생하는 선순환 모델로 자리 잡으며, 지속가능한 섬유 산업과 해양환경 보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