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에서 무더위를 식히는 어린이. 연합뉴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를 덮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올여름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됐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역대급 더위를 겪으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1일 기상청이 발표한 '최근 폭염·열대야 현황'에 따르면, 올여름(6월 1일~8월 31일) 전국 평균기온은 25.7℃를 기록해 작년 여름(25.6℃)을 0.1℃ 앞서며 1973년 이후 여름 평균기온 1위에 올랐다. 1973년은 전국 기상관측망이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의 기준점이 되는 해다.

일 최고·최저기온 모두 역대 최고 수준

올여름 일최고기온 평균은 30.7℃로 1973년 이후 1위를 차지했다. 이전 기록인 1994년 30.5℃를 0.2℃ 상회하는 수치다. 일최저기온 평균 역시 21.5℃로 역대 2위에 해당했다. 일최저기온 평균 1위는 작년(21.7℃)이 기록하고 있다.

특히 밤시간(오후 6시 1분~다음날 오전 9시) 최저기온 평균은 21.9℃로 작년과 동률을 이루며 공동 1위를 기록했다. 기상기록에서는 수치가 같을 경우 최신 기록을 상위에 놓는 원칙에 따라 2025년이 1위로 분류됐다.

이 같은 기록은 한반도 상공에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동시에 발달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두 고기압이 겹치면서 형성된 강력한 고기압대가 뜨거운 공기를 지표면 근처에 머물게 해 연일 무더위가 지속됐다.

폭염·열대야일수는 역대 3-4위 기록

올여름 폭염일(일최고기온 33℃ 이상)은 28.1일로 집계돼 2018년 31.0일, 1994년 28.5일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열대야일(밤 최저기온 25℃ 이상)은 15.5일로 2024년 20.2일, 2018년과 1994년 16.5일에 이어 4위였다.

비록 폭염일과 열대야일 수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다는 것은 극한 더위보다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고온 현상이 두드러졌음을 의미한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폭염 피해도 상당했다. 온열질환자 수는 전년 대비 증가했고, 전력 사용량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전력망에 큰 부담을 줬다. 농작물 피해와 가축 폐사 등 1차 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폭염을 이기려고 물총놀이하는 어린이들. 연합뉴스


강수량 부족으로 가뭄 심화…강원영동 최악

반면 올여름 전국 평균 강수량은 619.5㎜로 1973년 이후 53번의 여름 중 20번째로 적었다. 이는 평년 여름 강수량(727.3㎜)의 85%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현재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영동 지역의 상황이 심각하다. 이 지역의 올여름 강수량은 232.5㎜에 그쳐 1973년 이후 여름 강수량으로는 최소치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소치였던 1997년 317.5㎜보다 85㎜나 적은 수준이다.

강수량 부족은 고온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땅이 메마르면서 지표면 온도가 더욱 상승하고, 이는 다시 기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와 작년 연속으로 나타난 극한 더위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도 이런 극한 기상현상이 더 빈번하고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 방안 마련과 함께 단기적인 폭염 대비책도 더욱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