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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 얼음. 프런티어즈 인 사이언스 홈페이지

지구온난화에 대처와 관련, '정석 해법'인 온실가스 감축 이외의 다른 '꼼수'로는 온난화를 막을 수 없을 뿐더러 환경에도 위험하다고 기후과학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이들은 9일(현지시간) 학술지 '프런티어즈 인 사이언스'에 "위험한 지오엔지니어링으로부터 극지방 보호하기: 제안된 개념들과 미래 전망에 대한 비판적 평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멈추려면 이산화탄소(CO₂) 순배출량을 0으로 줄여야 하지만 이런 목표를 2050년까지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다른 방식을 동원해 온난화의 영향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문을 공저한 전문가 42명은 '지오엔지니어링' 혹은 '기후공학' 기술을 통한 '환경 개입' 방식 지구온난화 대응방안으로 제안된 것들 중 비교적 널리 거론되는 5가지를 검토한 결과, 모두 실현가능성과 효과가 의심스러우며 환경에도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지오엔지니어링이 탄소감축을 하지 않고도 기후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일으키는 수단으로 나쁜 행위자들에 의해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와 극지방 보호 말고는 온난화 문제를 풀 해법이 없으며, 자연 시스템들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나 의도적으로 오염물질을 사용하는 방법을 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논문 저자들이 평가 대상으로 삼은 5가지 '꼼수' 제안 중에는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AI)이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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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0일 스위스 곰스 근처의 론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 AP 연합

이는 대규모 화산 폭발 때처럼 햇빛을 차단해 줄 '구름'이 형성되도록 에어로졸을 성층권에 살포하자는 것으로, 주요 후보 물질로는 이산화황(SO₂) 등 황 화합물이 거론된다.

'바다 벽' 혹은 '바다 커튼'을 설치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린란드나 남극 등 육지를 덮은 대륙빙하에 따뜻한 바닷물이 닿지 못하도록 장애물을 설치해 대륙빙하가 녹는 것을 막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해류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교란하는 일인데다가 다른 곳으로 따뜻한 바닷물이 몰리게 돼 전체적 효과가 의심스럽고 설치 비용도 엄청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빙하가 더 많은 햇빛을 반사하도록 유도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해양빙하에 유리구슬을 왕창 뿌려서 반사율(알베도)을 높이거나, 펌프를 이용해 바닷물을 그 위에 뿌려서 인위적으로 해양빙하의 두께를 늘리자는 것이다.

이 중 '유리구슬' 제안은 환경오염 우려가 있을뿐더러 전체적으로는 조그만 유리조각들이 흡수율을 오히려 높여서 북극 얼음 온난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됐고, 펌프 제안은 북극 전체를 덮으려면 펌프 1억 대, 10%만 덮으려고 해도 1천만대가 필요하며 장기적 효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륙빙하에 구멍을 뚫어서 그 밑에 고이는 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얼음이 바다로 흘러가는 속도를 늦추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현재 기술로는 현실성이 없고 환경오염을 일으킬 것으로 지적됐다.

철분 등 영양분을 바다에 대량으로 살포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잘 번식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토록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대양(大洋)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잘 자라도록 철분을 '비료'로 뿌리자는 뜻이어서 '대양 철분 시비(施肥)'(OIF)라는 이름이 붙은 이 제안은 바닷물의 산소가 줄어들고 아산화질소(N₂O)와 메테인(CH₄)이 생성돼 해양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