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853명의 특별한 요원들이 있다.
그들의 활동 무대는 1,800㎡의 숨은 공간.
이곳에서 그들은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만의 행동 원칙도 있다.
첫째, 햇볕과 단절된 곳에 희망을 심어라!
둘째, 계절을 읽고 그에 맞춰 행동하라!
셋째, 생명이 숨쉴 수 있는 아지트를 개척해라!
이런 사명을 함께하는 협력체도 27개나 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마치 첩보 소설 속 한 장면 같다. 도시 어딘가 숨겨진 공간에서 세상을 구할 비밀 작전이 진행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게 된다.
벌의 ‘Bee’와 먹이의 ‘Meal’의 합성어로 만든 '비밀정원'. 서울그린트러스트 제공
작은 영웅들을 위한 도시의 기적
이 모든 것은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도시에 살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위해 펼치는 감동적인 캠페인이다. '비밀(Bee-Meal)'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에는 벌(Bee)과 먹이(Meal)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겨 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속수무책으로 떠밀려가는 작은 생명들. 수분을 매개하는 벌과 나비, 새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구 식물의 75% 이상의 번식을 책임지는 생태계의 핵심 고리이자, 인간의 생존과도 직결된 소중한 존재들이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조성된 비밀정원. 서울그린트러스트 제공
꿈을 현실로 만드는 친구들
2022년, 서울그린트러스트는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서울그린비전 2040'이라는 원대한 꿈을 발표했다. "도시를 살리는 가까운 숲, 풍성한 숲"이라는 비전 아래, 그들은 생물다양성 위기에 처한 공원녹지를 찾아다니며 하나씩 생명의 터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첫 번째 기적은 2024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시작되었다. 서울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녹지를 가진 광진구에 '비밀가든' 1호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어 '웰컴가든', '플랜비가든'까지, 하나씩 늘어가는 비밀정원마다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비밀정원 가꾸기 자원봉사자 설문조사 결과. 서울그린트러스트 제공
변화하는 마음, 자라나는 희망
도심 속 작은 안식처에서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모으고, 나비가 꽃잎에 앉아 날갯짓을 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캠페인 참여자의 82.2%가 생물다양성 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97.7%는 환경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853명의 비밀 요원들이 인간의 마음까지 치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현재 149종 4,898그루의 수분 매개 식물들이 비밀정원에서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광진구 지역사회와 기업, 시민, 생태전문가들이 하나가 되어 이 작은 기적을 키워가고 있다.
비밀친구들이 남긴 이야기. 서울그린트러스트 제공
땅에 시를 쓰는 비밀정원 친구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더 많은 곳에서 비밀(Bee-meal) 캠페인이 꽃피기를 희망한다. 위기에 처한 도시의 수분 매개자들을 위해 더 많은 '비밀 친구'들이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비밀 친구가 남긴 깊은 울림의 이야기가 있다.
"꽃을 심는다는 것은 땅에 시를 쓰는 것과 같다."
도시에 살고 있는 작은 생명을 생각하며 꽃 한 송이 심는 것부터 시작되는 ESG 활동은,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 지구라는 거대한 시집에 사랑의 시를 쓰는 일이다.
벌 한 마리의 윙윙거림과 서식처를 찾는 새의 날개짓이 도시 전체를 살리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