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가이자 인류학자 마이클 크롤리가 쓴 '달리기 인류'(서해문집)는 달리기의 비밀에 대해 파고든 에세이다. 저자는 직접 에티오피아에 가서 15개월 동안 현지 선수들과 훈련하고, 느낀 바를 기록했다. 저자 자신도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40분대에 주파한다. 이 정도면 선수급 아마추어다.
마라톤에 도전한 저자는 세계 마라톤을 제패한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훈련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3천500m가 넘는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에서, 물웅덩이를 내디딜 때 젖어 든 무거운 신발을 신고 뛰었다.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우승과 신기록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들은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뛰었다. 하지만 수많은 우승을 위해서는 팀워크도 필요했다. 에티오피아 마라토너들은 팀을 우선으로 여겼다. 전설적 지도자 센타예후 코치는 "에티오피아 팀은 경기에 앞서 가장 강한 선수를 정하고, 나머지 두 선수는 그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뛰었다"며 "에티오피아는 뛰어난 선수를 찾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 선수들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게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정아영 옮김. 384쪽. 서해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