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에 참석한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 김경섭 회장(가운데), 김철민 기획분과위원장(맨 왼쪽), 이근형 사무국장(왼쪽에서 두번째).


큰 나무처럼 뿌리를 뻗고 가지를 키워온 호남조경인들의 발걸음은, 지난 3년간 쉼 없이 흔적을 남겨왔다. 작은 모임에서 시작된 협회의 씨앗은 이제 연합회의 숲으로 자라나며,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고 있다.

2022년 5월 창립한 (사)한국조경협회 광주·전남시도회는, 단단한 토양을 찾아 그해 11월 독립법인인 (사)호남조경협회로 지경을 넓혔다. 또 다시 더 넓은 울타리 속 (사)호남환경조경단체연합회(2025년 2월)로 확장한 호남조경인들은 지난 7월에는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로 산림청 인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 여정에는 조경을 업으로 삼은 이들의 땀과, 학계와 원로들의 지지, 그리고 지역을 새롭게 바꾸려는 열망이 담겨 있었다. 이들에게 연합회는 지역과 세대, 나아가 미래를 잇는 다리다.

한국 조경·환경·정원 전문 인터넷 매체 ‘어반톡’은 지난 15일 이형철 대표 사회로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 김경섭 회장 등 간부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을 통해 연합회 창립의 기억과 성과, 그리고 첫 공식 사업인 무궁화 정원 조성까지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짚어봤다.

좌담회 참석자

이형철 어반톡 대표 (사회)

김경섭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 회장

김철민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 기획분과위원장

이근형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 사무국장

어반톡 이형철 대표


창립 배경과 협회의 성장

-이형철 대표(이하 이 대표): 협회가 창립된 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언제, 어떤 계기로 출범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경섭 회장(이하 김 회장): 네, 저희 협회(한국조경협회 광주·전남시도회)는 2022년 5월 13일 창립했습니다. 당시 회원 수는 약 183명이었고, 지역 조경 발전을 위해 많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김철민 기획분과위원장(이하 김 위원장): 창립 직후 큰 전환점이 있었죠. 같은 해 8월 31일,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광주)에 참가했습니다. 지역 조경의 위상을 알리고, 국제적 흐름에 발맞추려는 목적이 컸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기술자 모임들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된 적이 많았거든요. 이번에는 후배 양성과 지역 조경 발전을 위해 다시 뜻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 김경섭 회장


호남조경협회에서 연합회로

-이 대표: 현재는 협회에서 더 확장된 연합회로 이어졌는데, 구체적인 과정을 말씀해 주시죠.

-김 회장: 원래는 한국조경협회 광주전남시도회 성격으로 출발했지만, 지역 활동을 위해선 독립 법인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광주시와 협의해 사단법인 호남조경협회로 인가를 받았죠. 이후 지역의 여러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김 위원장: 맞습니다. 2024년 11월 6일, 가칭 ‘범호남 환경조경단체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원로들과 교수님들의 큰 지지를 받았고, 2025년 1월 20일 발기인 대회를 통해 본격적인 연합회(호남환경조경단체연합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결국 올해 7월 16일, 산림청 산하의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로 공식 설립 허가를 받으면서 완성체가 됐습니다.

왜 산림청 산하인가?

-이 대표: 다른 지역은 국토부 인가도 많은데, 산림청 산하 법인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 회장: 광주시 산하로 활동할 땐 예산과 지원에 한계가 많았습니다. 국토부는 조경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고요. 반면 산림청은 도시숲, 정원문화, 기후변화 대응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죠. 현실적으로도 예산 활용에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 김철민 기획분과위원장


연합회에는 (사)한국조경합회 호남지회(회장 박지환) 등의 학회와 녹지직 퇴직자 모임 임우회 광주(회장 노원기), 임우회 전남(회장 이용식) 등의 관계가 참여하고, 시민사회단체인 (사)광주생명의숲(회장 김귀수)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사)한국조경수협회 광주전남서부지회(지회장 이병관), (사)호남조경협회(회장 김경섭), 전문건설협회 광주광역시회 조경식재시설물협의회(회장 박정식), (사)한국나무의사협회호남지회(회장 박화식), 전남 ICT/SW기업협회(회장 박주현)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9개 단체의 연합, 이견은 없었나?

-이 대표: 연합회는 9개 단체가 모여 출범했습니다. 반대나 이견은 없었습니까?

-이근형 사무국장(이하 이 국장): 처음부터 뜻이 맞는 단체만 모였습니다. 함께할 수 없는 곳은 자연스럽게 제외됐죠. 그러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 뜻이 맞는다면 더 많은 단체가 함께할 수 있습니다.

-김 회장: 실제로 산업디자인 관련 단체나 녹색연합 등과도 논의했지만, 내부 의견차로 합류가 보류되기도 했습니다.

(사)한국정원조경연합회 이근형 사무국장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와 성과들

-이 대표: 협회는 이미 다양한 성과를 냈습니다. 특히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서의 역할이 컸지요. 각자 기억에 남는 활동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 위원장: 저는 기획·정책분과를 맡고 있습니다. 국제정원박람회를 비롯해 산림청과 협력한 무궁화 정원 조성 사업 등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국장: 저는 사무국을 맡고 있는데, 사실 연합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원로들을 만나며 연합의 필요성을 논의해왔습니다. 순천만 박람회 같은 큰 행사에서 단체의 존재감이 드러났고, 이후 연합회 창립에도 탄력이 붙었다고 봅니다.

원로와 교수들의 지지

-이 대표: 초창기와 비교하면 원로들과 학계의 시선이 훨씬 호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국장: 각자 절실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걸 모두 느끼고 있었죠. 조경수협회, 전문건설협회 등에서 활동하며 한계를 절감했는데, 연합회가 ‘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열어준 겁니다. 공무원들도 한 단체만 상대하긴 부담스러워했는데, 연합회라면 훨씬 수월해 합니다.

-김 위원장: 저는 리더십의 힘이 컸다고 봅니다. 상임회장과 공동회장께서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아 주셨습니다. 저 역시 협회를 통해 생각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조경만이 아니라 정원, 환경, 기후변화 등 더 큰 의제를 보게 됐습니다.

(사)호남환경조경단체연합회(회장 김경섭)와 한국조경수협회 광주전남서부지회(회장 이병관)을 비롯한 임원진과 회원들이 지난 3월 나무나누어주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첫 공식 행사, 무궁화 정원

-이 대표: 연합회 차원의 첫 공식 사업은 무엇입니까?

-김 회장: 오는 10월, 광주 쌍암공원에 무궁화 정원을 조성합니다. 한반도 모양의 공간에 무궁화를 심어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 정원이 될 예정입니다. 탈북민 단체 등과도 함께 진행합니다.

-김 위원장: 산림청에서 무궁화를 지원받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앞으로는 공익 활동을 통해 예산 지원도 더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이 국장: 아직 예산과 인력이 열악하지만, 올해는 임원들이 ‘희생의 해’라고 생각하며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원로들과 교수님들의 재능 기부 덕분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역과 시민을 향한 활동

-이 대표: 협회의 활동은 시민과도 연결되고 있죠?

-김 위원장: 네. 민간정원 관리, 나무 나눠주기 행사, 꽃 심기, 하천변 조성, 완도 탐방, 학술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단순히 내부 활동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하는 공익 활동이 많습니다.

-김 회장: 특히 지역 언론, 지자체와도 협력하며 협회의 위상을 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단체와 시민을 향해 문을 열어갈 계획입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