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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햇빛을 가려 냉각효과를 내는데, 에어로졸을 함유한 구름은 그렇지 않은 구름보다 햇빛을 더 잘 반사해 냉각효과가 더 크다. 연구 결과 지난 수십 년간 오염물질 감소로 구름의 반사율이 떨어지면서 냉각효과가 약해져 온난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University of Washington 제공
지난 수십년간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오염물질이 줄면서 에어로졸 생성이 감소하고 구름의 햇빛 반사율이 낮아져 오히려 온난화가 심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크누트 폰 잘첸 박사가 이끄는 미국·캐나다·영국 연구팀은 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2003~2022년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동 태평양과 대서양 구름의 반사율이 10년에 3%씩 낮아졌다며 이런 변화의 70%는 오염물질과 에어로졸 감소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폰 잘첸 박사는 "이는 대기오염과 온난화의 상관관계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금까지 기후모델 등이 에어로졸과 구름 관련 온난화 추세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구는 수십 년 전보다 햇빛을 덜 반사하고 더 많은 열을 흡수한다고 알려졌지만, 온난화는 기후모델 예측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대기가 왜 더 많은 햇빛을 통과시키는지 밝히기 위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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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배출 가스에 의해 해양 상공에 형성된 에어로졸 흔적들 사진의 줄무늬는 선박에서 배출된 이산화황이 대기 중 황산염 에어로졸을 형성해 생긴 흔적. 환경과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여겨져 온 이런 에어로졸은 구름의 햇빛 반사율을 높인다. 워싱턴대 연구 결과 오염 감소는 햇빛 반사율을 낮춰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ASA 제공
연구팀은 2003~2022년 북동 태평양과 대서양 지역을 관측한 위성 자료(CERES·MODIS·MISR·HadCRUT5)를 분석했다. 자료에는 구름의 태양 복사율 측정치, 구름의 입자 수와 크기, 대기 중 에어로졸 농도, 해수면 온도(SST) 변화 등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북대서양과 북동 태평양 상공 구름의 반사율은 10년마다 약 2.8% 감소했으며, 같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0년마다 약 0.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이들 해역의 에어로졸 농도와 구름 입자 수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이를 세계 기후모델을 비교 검증하는 제6차 통합 모델비교 프로젝트(CMIP6)의 24개 지구시스템 모델에 적용한 결과, 기존 모델 대부분이 실제 관측보다 구름 반사율 감소 폭과 해수면 온도 상승 폭을 약하게 반영, 에어로졸 감소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에어로졸 영향을 반영해 개선한 에어로졸-기후모델(CanAM5.1-PAM)로 분석한 결과, 실제 관측된 구름 반사율 감소의 약 69%는 이산화황(SO₂) 등 에어로졸 전구물질 감소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31%는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구름 변화의 영향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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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졸과 구름의 햇빛 반사율 관계 에어로졸의 작은 입자들은 물방울이 응결할 표면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정한 양의 수증기 속에 에어로졸이 많을수록 더 작고 반짝이는 구름 입자가 형성돼 햇빛 반사율이 높아진다. 반대로 에어로졸이 줄어들면 구름 입자가 커지고, 큰 물방울은 더 무겁기 때문에 빗방울로 빠르게 떨어져 구름의 지속 시간과 양이 줄어들어 반사율이 낮아진다. Robert Wood/University of Washington 제공
연구팀은 작은 에어로졸 입자는 물방울이 응결할 표면을 제공한다며 일정한 양의 수증기 속에 에어로졸이 많을수록 더 작고 반짝이는 구름 입자가 형성돼 반사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에어로졸이 줄면 구름 입자가 커지고, 큰 물방울은 더 무거워 빗방울로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구름의 지속 시간과 양이 줄고 반사율이 낮아진다.
연구팀은 청정에너지가 석유와 가스를 대체함에 따라 에어로졸 농도는 앞으로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후모델의 온도 예측 정확도를 높이려면 에어로졸, 구름, 태양복사열 간 실제 상호작용을 더 정확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대 로버트 우드 교수는 선박이 바닷물을 대기 중으로 분사해 저층 구름 반사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대기오염 없이 구름을 더 밝게 만드는 방안을 과학자들이 모색하고 있다며 "이런 방법은 오염물질이 아닌 형태의 입자를 사용해 냉각 효과를 높이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Knut von Salzen et al., 'Reduced aerosol pollution diminished cloud reflectivity over the North Atlantic and Northeast Pacific', http://dx.doi.org/10.1038/s41467-025-65127-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