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주 대표에게 디자인이란 "예쁜 모양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다.


도시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캔버스다. 비어 있는 자리마다 바람은 색을 싣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새로운 선을 그린다. 누군가 버려진 공간이라 말하는 그곳에서, 산업디자인 기업 '두다' 신은주 대표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디자인은 예쁜 모양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라 말하는 그는, 닳아 있던 도시의 결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공간과 사람 사이에 잊혀진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게 그는 도시의 미래를 조용히 다시 쓰고 있다.

만추(晩秋)의 정취가 짙게 드리운 전남 무안군 삼향읍 대죽서로 16번길 남악중앙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두다 사무실에서 지난 17일 신 대표를 만나 그의 디자인 철학과 인생을 들어봤다.

영화 '빨간머리 앤' 주인공보다 더 붉은 헤어스타일을 한 신 대표는 "나는 예술가"임을 온 몸으로 웅변하는 듯 했다.

호남디자인산업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디자이너’라는 호칭에 머물지 않는다. 그의 영역은 미술에서 시작해 건축과 도시, 조경과 서비스 디자인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있다.

신 대표는 스스로를 “공간을 통해 사람의 삶을 바꾸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의 디자인은 형태나 미감을 다루는 영역을 넘어, 지역의 사회적·문화적 흐름을 재조정하는 작업에 가깝다.

어반톡 이형철 대표(왼쪽)과 대담하는 신 대표.


성장의 출발, 봉사 현장에서 찾은 디자인의 본질

미술을 전공한 그의 경력은 독특하다. 복지관·하수종말처리장 등 지역 현장에서 시작한 벽화 봉사 활동이 첫 무대였다. 단순한 ‘재능 기부’는 어느 순간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는 힘으로 작동했고, 그는 이를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처음 체감한 순간”이라고 기억한다.

“사람들이 달라졌어요. 공간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분위기와 관계까지 바뀌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일이라는 걸요.”

이 경험은 그에게 사업자로서의 첫 결단을 내리게 했고, 2003년 두다의 창립으로 이어졌다. 이후 그는 미술적 감각과 건축적 구조를 융합해 ‘공간 가치 디자인’이라는 자신만의 접근을 정립해 왔다.

그의 사무실 내부도 예술적 풍미로 가득했다.


“안 되는 건 없다”… 디자이너의 역할을 확장하다

신 대표는 인터뷰 내내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현장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안 됩니다’예요. 그런데 전 늘 반대로 생각했어요. 왜 안 될까? 어떻게 하면 될까? 이런 질문을 해야 디자인이 발전하죠.”

그는 건축·조경·산업디자인 등 분리된 분야 구분을 실제 공간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의 관점에서 “하나의 공간은 하나의 생명체이며, 다양한 분야가 동시에 호흡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주장하는 ‘공간 가치 디자인’은 공간 구성과 시설 계획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자인의 재정의 ― ‘공간 가치 디자인’

신 대표가 주창하는 ‘공간 가치 디자인’은 공간 구성과 시설 계획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태, 상권의 흐름, 주민의 참여, 운영자의 서비스 방식까지 총체적으로 다루는 개념이다.

“어떤 배치가 판매자에게 유리할지, 어떤 동선이 아이들에게 안전할지, 어떤 서비스가 주민에게 지속성과 자부심을 주는지…. 이 모든 것이 디자인입니다. 눈에 보이는 시설물만 다루는 시대는 끝났어요.”

이러한 관점은 이후 곡성 뚝방마켓·진도 국가유산 야행 등의 프로젝트에서 구체화되었다.

어반톡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신 대표(오른쪽)


협업을 넘어 융합으로… “기획부터 함께 가야 한다”

신 대표는 실무 과정에서 분야 간 협업이 늦어질 때 생기는 문제를 수차례 목격했다.

“조경은 조경대로, 건축은 건축대로,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따로 움직이면 공간이 분절돼요. ‘기획 초입’부터 같이 들어가야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나옵니다.”

그는 이를 위해 프로젝트마다 도시계획가, 건축가, 조경가, 제품·시각디자이너를 초기에 참여시키며 융합형 설계 프로세스를 정착시켰다.

신 대표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문장은 단순하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이 남아요. 공간에 남는 건 시설물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과 기억이에요.”

그의 이런 철학은 그가 수행한 지역 기반 프로젝트 속에서 구체적 성과로 연결된다.(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