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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릉, 포스코센터빌딩, DB금융센터빌딩. 세운4구역 토지주 제공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건물 높이 계획을 둘러싸고 국가유산청과 토지주들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고시하며 건물 최고 높이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종로변은 기존 55m에서 101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5m로 변경됐다. 다만 종묘 경계에서 100m 내 건물은 앙각 27도 규정을 적용해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최종 계획했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문화재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토지주들의 반발
세운4구역 토지주들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선정릉은 문제없고 종묘는 안 되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선정릉 사례를 들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강남 선정릉은 고층 건물이 즐비한 강남 CBD 핵심 권역에 위치하지만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며 "선정릉에서 약 250m 지점에 포스코센터빌딩(151m)과 DB금융센터빌딩(154m)이, 500~600m 지점에는 무역센터빌딩(227m)이 있지만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정릉은 코어존과 버퍼존(코어존에서 100m 이내)이 지정돼 있고, 버퍼존의 건축물 높이를 앙각 27도 이하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 비교
토지주들은 해외 문화유산 주변 개발 사례도 제시했다.
영국 런던타워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 400~500m 지점에 재개발이 이뤄졌고, "재개발 완료 후 세계적 명소가 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핵심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 도쿄 왕궁도 주변 고도 제한을 완화해 200~385m 빌딩군이 조성됐고, 이것이 일본 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입지 특성 강조
세운4구역은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북쪽으로 종묘, 남쪽으로 청계천과 인접해 있다. 종로변과 청계천변 사이는 약 150m 거리이며, 종묘 정문에서 정전까지는 약 300m다. 종묘 정전에서 청계천변 고층 빌딩까지는 600m 이상 떨어져 있다.
토지주들은 "세운4구역은 종묘 정전에서 바라보면 잘 보이지도 않는 측면에 위치해 있다"며 "주 시야각 60도 밖에 위치해 잘 드러나지도 않는 지역인데, 유독 세운4구역만 콕 집어 맹목적인 높이 규제를 20년 넘게 강제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