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보 교수는 조경인들에게 블루카본 기반 해양정원·해양공원 모델을 제시했다.
바다는 지금 인류가 가진 마지막 탄소 저장 창고이자, 미래 산업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루카본 기반 해양정원은 단순한 생태 복원을 넘어 탄소경제와 연결되는 새로운 조경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조경 분야의 역할과 경계를 다시 묻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종합기술 조경부 40주년 기념 교육 프로그램 3주차 강연에서 남진보 교수(목포대)는 ‘기후위기·탄소중립에 따른 미래 먹거리’라는 주제로 블루카본 기반 해양정원·해양공원 모델을 제안했다.
50여 명의 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이 강연은, 블루카본이 조경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프레임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남 교수는 기후위기 속 '블루카본'이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블루카본, 이미 존재했지만 ‘몰랐던 자원’
남 교수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패러다임 속에서 '블루카본'이 미래 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블루카본은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이미 존재했으나 우리가 발굴하지 못한 자원입니다.”
블루카본(Blue Carbon)이란 갯벌, 잘피림, 염습지, 맹그로브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주요 산림 기반 탄소흡수(그린카본)가 이미 운영 체계가 정착된 것과 달리, 블루카본은 갯벌·해조류 기반의 탄소 축적이 50배 이상 높은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에서 보고되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남 교수는 “한국 서해안의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희소한 탄소 저장 원천이며, 국제 탄소시장 인증이 이루어질 경우 가장 강력한 국가 자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종합기술 조경부 창립 40주년 기념 3주차 강의에 조경인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조경의 역할: 해양정원이라는 새로운 생태 기반 설계
강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조경이 블루카본과 만날 수 있는 지점, 즉 ‘해양정원·해양공원’ 모델이었다.
“해양공원을 만드는 것은 조경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린카본과 블루카본을 결합해 탄소 흡수 효율을 극대화하는 해양정원 모델은 기존 조경의 확장입니다.”
남 교수팀은 2020년부터 블루카본 기반 공원·정원 모델을 연구해왔으며, 전남 무안군과 함께 국내 최초 해양정원 기반 탄소저감 공원 조성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또한 그는 설계 단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술 기준을 언급했다.
▲데크는 빛 투과형 구조여야 한다. 광합성이 저해될 경우 탄소저장 효율이 떨어진다.
▲식재는 해양생태 기반 수종 선정이 필요하다.
▲시설물 설계는 해수면 변화, 조류 흐름, 해양환경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이는 단순 환경 디자인이 아닌, 탄소 저장 효율 기반의 엔지니어링 조경이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남 교수는 블루카본 기반 조경은 스스로 경제성을 창출하는 공공녹지 모델이라고 말한다.
기술을 넘어 시장으로: ‘탄소 크레딧’ 모델
블루카본은 생태적 가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남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이 전남 일부 지역의 탄소흡수량을 실제 경제 가치로 산정했으며, 이는 국제 자발적 탄소시장(VCS)에 적용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발표했다.
“공원과 정원이 유지·관리 비용만 발생시키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블루카본 기반 조경은 스스로 경제성을 창출하는 공공녹지 모델입니다.”
즉, 미래의 공원은 탄소를 생산하고, 이를 시장에 판매하는 수익 구조 기반 공공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맹그로브 숲. 그러나 추운 한국기후에는 맞지 않는다.
가장 큰 난제, 그러나 반드시 넘어야 할 벽: ‘맹그로브’
블루카본 생태계의 핵심 식물은 맹그로브(Mangrove)다. 그러나 한국은 맹그로브의 서식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맹그로브는 단 한 번 냉해를 입어도 99.5%가 고사합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포기하지 않고 실내정원형 생육, 해외 수입 종 보존 연구, 그리고 오키나와 종 도입 가능성 테스트 등 다층적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이 과정이 실패의 연속이더라도, 미래 조경 산업에 선점해야 할 전략 자산 확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블루카본과 공공성 그리고 정원 가능성을 제시하는 남 교수의 PPT 화면.
조경의 다음 10년, 해양이 열어줄 새로운 시장
강연 말미에서 남 교수는 힘주어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는 이미 존재합니다. 다만 먼저 발견한 사람이 가져갈 뿐입니다.”
조경 분야는 도시숲·녹화·정원 중심 시대를 지나, 이제 해양과 기후 금융을 연결하는 기술산업 플랫폼으로 확장할 기회를 맞고 있다.
블루카본 기반 해양정원은 더 이상 미래의 상상 영역이 아니다. 정책·기술·시장·생태가 교차하는 다음 단계의 탄소중립 도시 전략이며, 조경이 이끄는 새로운 생태 설계 산업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갯벌 국가다. 이제, 그 자원을 정원으로 만들 것인가, 그냥 흘려보낼 것인가.
한국은 그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