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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고효율 태양광 탠덤셀 모듈'을 2028년까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여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기존 실리콘 태양광 시장의 한계를 넘어, 차세대 기술 선점을 통해 에너지 기술 주권 확보와 초혁신경제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차세대 태양광을 포함한 '6대 기후·에너지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한 '초혁신 15대 선도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확정·발표했다.
2028년 상용화 목표... '태양광 게임체인저'로 중국 독점 깬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연 '차세대 태양광 탠덤셀'이다.
현재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실리콘 태양전지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 전지는 이론적 효율 한계에 봉착해 있어 기술적 정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이에 정부는 기존 실리콘 전지보다 월등한 발전 효율을 자랑하는 '탠덤셀' 기술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028년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기업, 연구기관, 표준·인증 기관이 참여하는 추진단을 구성하고, R&D와 실증 연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건물 외벽이나 지붕 등 도심 공간 자체를 발전소로 활용하는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탠덤셀의 비밀: '두 개의 층'으로 빛을 흡수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주목한 '탠덤셀(Tandem Cell)'은 무엇이며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탠덤셀은 말 그대로 두 개의 태양전지를 위아래로 쌓아 올린(Tandem) 구조를 말한다.
기존 태양전지가 하나의 층에서 태양광을 받아들였다면, 탠덤셀은 서로 다른 대역의 빛을 흡수하는 두 개의 층을 결합해 놓은 형태다.
일반적으로 하부에는 기존의 '실리콘' 셀을, 상부에는 차세대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셀을 배치하는 구조가 가장 유력하다.
이 구조의 핵심은 '파장 대역별 분리 흡수'에 있다.
상부 셀(페로브스카이트)은 태양광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 계열의 빛(단파장)을 주로 흡수해 전기를 만든다.
하부 셀(실리콘)은 상부 셀을 통과한 파장이 긴 붉은색 계열의 빛(장파장)을 흡수해 추가로 전기를 생산한다.
마치 촘촘한 그물과 듬성듬성한 그물을 겹쳐 놓아, 큰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를 모두 잡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존 패널 vs 탠덤셀: 한계를 뛰어넘는 효율성
탠덤셀이 차세대 기술로 불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효율' 때문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실리콘 태양광 패널은 이론적으로 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최대 29%를 넘기 힘들다.
실제 상용화된 제품의 효율은 20%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태양 에너지가 100만큼 들어오면 70 이상은 열로 손실되거나 그냥 통과해 버린다는 뜻이다.
반면, 탠덤셀은 서로 다른 빛의 영역을 나누어 흡수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탠덤셀의 이론 한계 효율을 44%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상용화 시 30% 중반 이상의 초고효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좁은 국토 면적을 가진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같은 면적에 설치하더라도 기존 패널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설치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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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계장관회의 주재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전력망부터 SMR까지, 에너지 인프라 동반 혁신
태양광 기술 혁신을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구축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력 수급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의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을 구축한다.
전남을 선도기지로 하여 전국으로 확산할 예정이며, 캠퍼스나 공항 등에서 독립적으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마이크로그리드 실증도 진행한다.
또한, 생산된 전기를 대용량으로 멀리 보낼 수 있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기술 개발에 착수하여, 장기적으로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SMR·풍력·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 기술 가속화
정부는 태양광 외에도 SMR(소형모듈원자로), 풍력,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 기술 전반에 드라이브를 건다.
SMR은 경수형(i-SMR)과 비경수형(차세대 SMR)을 동시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한다. 2028년까지 i-SMR 표준설계 인가를 획득하고 2030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해상풍력은 2030년까지 20MW급 초대형 터빈과 부유식 시스템을 실증하여 보급 속도를 높인다.
그린수소는 대용량 수전해 시스템 개발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생산 기술과 경제성을 확보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미래 먹거리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 4월까지 구체적인 예산 사업을 발굴해 2027년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