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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가 발행한 희귀·자생식물 NFT 이미지. 두나무 제공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 식물 살리기에 나섰다.
두나무는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내에 배초향, 물레나물 등 멸종위기 희귀·자생식물 28종을 식재하여 '시드볼트 NFT 3호' 보전지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전지는 앞서 조성된 신구대 식물원과 진해 보타닉뮤지엄에 이은 세 번째 성과다.
특히 두나무는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야생 식물 종자 보전시설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Seed Vault·종자금고)'에 보관된 종자의 이미지를 활용해 대체불가토큰(NFT)을 발행, 생태계 보전의 의미를 더했다.
왜 '식물'을 'NFT'로 만드는가?… 블록체인 기술로 완성한 '디지털 방주(Ark)'
희귀 자생식물의 이미지를 NFT로 발행하는 것은 단순한 기념품 제작 이상의 기술적 함의를 지닌다. 이는 물리적 보전을 넘어선 '디지털 영구 보전'의 시도로, NFT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가능케 한다.
NFT가 일반적인 디지털 파일과 달리 '영구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데이터가 특정 중앙 서버가 아닌 전 세계 네트워크에 분산 저장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디지털 정보는 특정 기업의 서버에 저장되는 방식이라 해당 기업이 파산하거나 서버에 물리적 손상이 발생하면 데이터가 소실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NFT는 수많은 컴퓨터(노드)가 참여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 기록된다. 하나의 거대한 장부를 전 세계 수만 대의 컴퓨터가 똑같이 나눠 갖는 원리다.
따라서 일부 컴퓨터가 공격받거나 사라지더라도, 네트워크상의 다른 컴퓨터들에 동일한 기록이 남아있어 데이터는 안전하게 보존된다. 멸종위기 식물의 정보가 담긴 NFT는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디지털 표본이 되는 셈이다.
이는 물리적 '시드볼트'가 종자를 보관하듯, 디지털 공간에 절대 파괴되지 않는 '데이터 시드볼트'를 구축한다는 상징성과 실질적 기능을 동시에 갖는다.
보전 활동의 대중화와 투명한 후원 생태계 조성
이러한 기술적 특성은 대중의 참여를 이끄는 데도 효과적이다. 환경 보호를 의무적인 활동이 아닌, 최신 IT 트렌드인 NFT 소유의 경험으로 전환해 MZ세대의 관심을 환기했다.
실제로 두나무는 지난 5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실제 종자와 함께 NFT를 증정하여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블록체인 특유의 투명성은 기부 문화를 개선한다.
식물 NFT 판매 수익금이나 거래 수수료가 환경 단체나 보전 기금으로 흘러가는 과정이 블록체인상에 투명하게 기록되기 때문이다. 후원자들은 자신의 기여가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 신뢰도가 높아진다.
식물 넘어 '멸종위기 동물'까지… 전 세계는 지금 '크립토 네이처' 열풍
이처럼 멸종위기종을 NFT로 발행해 보호하는 움직임은 식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해외에서는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한 NFT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세계자연기금(WWF) 독일 지부는 지난 2021년 '대체불가동물(NFA·Non-Fungible Animal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10종의 동물(마운틴 고릴라, 아무르 호랑이 등)을 NFT로 제작해 판매했으며, 그 수익금은 전액 멸종위기종 보호 활동에 사용되었다.
각 NFT의 발행 개수는 실제 야생에 남아있는 해당 동물의 개체 수와 동일하게 제한하여 희소성과 멸종에 대한 경각심을 동시에 부각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코뿔소의 뿔을 3D 스캔하여 NFT로 발행, 경매 수익금으로 밀렵 감시단 운영비를 충당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두나무의 이번 '시드볼트 NFT 3호' 조성은 국내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첨단 기술과 생태 보전을 성공적으로 접목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사라져가는 우리 꽃과 나무들이 블록체인이라는 불멸의 디지털 토양 위에서 영원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