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포스터. 해남군 제공

전남 서남해안 권역을 연결하는 보성∼목포 철도가 오는 9월 개통을 앞둔 가운데, 해남군과 완도군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연결되는 초대형 고속철도 사업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해남군은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전남 출신 6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는 '서울∼제주 고속철도 구축 가능성과 발전 전략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총사업비 27조원 규모의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시키기 위한 대국민 공론화의 첫 단추로 평가된다.

제주 교통 대란, 새로운 해법 절실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의 필요성은 제주국제공항의 만성적인 교통 문제에서 출발한다. 제주국제공항은 기상 여건의 특수성으로 인해 매년 1,500여 건의 항공기 결항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태풍이나 강풍이 불 때마다 수만 명의 관광객과 도민들이 발이 묶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항공 의존도가 절대적인 제주도의 교통 구조는 비상 상황 발생 시 대체 수단이 전무하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연간 1,5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최대 관광지로서 안정적인 교통망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7조원 투입, 경제성 논란은 여전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총사업비 27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해저터널 구간을 포함한 대규모 토목공사가 필요하며, 기술적 난이도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은 막대한 건설비용 대비 경제성 확보 문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 등 관계기관은 그동안 비용편익(B/C)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여기에 제주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환경 훼손 우려와 개발 반대 여론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을 주장하는 측은 단순 경제성 분석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과 안보, 기후변화 대응 등 다차원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특히 항공 교통의 불안정성이 제주 경제에 미치는 손실, 관광산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 마련, 낙후된 전남 서남부권의 발전 동력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남 서부권, AI·에너지 거점으로 부상

최근 전남 서부권이 국가 AI·에너지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급부상하면서 고속철도 건설의 당위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인구 유입이 예상되고, 이에 따른 교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해남군 관계자는 "전남 서부권으로의 기업 투자유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정주 여건 개선과 물류·교통망 구축이 지역 발전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보성∼목포 철도가 올해 9월 개통되면 전남 서남해안 권역의 교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여기에 서울∼제주 고속철도가 해남과 완도를 경유하는 노선으로 확정될 경우, 전남 서부권은 수도권과 제주를 잇는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 지역의 기대다.

해남군, 유치 활동 본격화

해남군은 지난해부터 고속철도 유치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고 체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한국교통연구원 등 관계기관을 수차례 방문하며 사업의 필요성과 해남 경유 노선의 타당성을 적극 설명해왔다.

특히 해남군은 지리적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해남은 제주와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완도를 거쳐 제주로 연결되는 노선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해남과 완도는 해상 국립공원과 세계자연유산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고속철도 개통 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이 관건

17일 개최되는 토론회에서는 철도 노선별 장단점 비교 분석과 단계별 추진 전략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해남·완도 경유 노선, 목포 경유 노선, 여수 경유 노선 등 다양한 대안이 검토되고, 각 노선의 경제성과 기술적 타당성, 지역 파급효과 등이 면밀히 분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회에는 박지원 의원을 비롯해 민홍철·민병덕·민형배 의원(해남 출신), 허종식·손명수 의원(완도 출신) 등 6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자로 참여한다. 초당적 협력을 통해 국회 차원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사업을 반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서울∼제주 고속철도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민과 관광객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서울에서 제주까지의 이동 시간은 현재 항공편 기준 4~5시간(공항 이동 및 대기 시간 포함)에서 3시간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해 제주도의 교통 대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막대한 사업비와 환경 문제, 제주도 내 찬반 여론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만큼, 치밀한 경제성 분석과 사회적 합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