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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안산 쉬나무 쉼터 일대 '이끼숲'.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가 안산(鞍山) 자락길 쉬나무 쉼터(홍제동 64-16) 일대에 시비 3억 원을 투입해 425㎡ 규모의 대형 ‘이끼숲’을 조성했다.
기존 황톳길과는 차별화된 녹색 경관을 제공하고, 도시 속에서 자연적 치유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다. 구는 10일 “자연친화적 요소를 극대화한 새로운 휴식의 장을 조성했다”며 사업 의의를 밝혔다.
미세먼지 흡착·산불 위험 완화 등 ‘녹색 인프라’ 기능 강조
이끼숲은 음지 환경과 완만한 경사, 산성 토양 등 이끼가 자생하기 적합한 조건을 갖춘 지형 위에 만들어졌다.
서리이끼·깃털이끼 등 다양한 형태의 이끼가 바닥을 덮고, 주변에는 산수국, 고비, 꽃무릇 등 20여 종이 넘는 지피식물과 관목류가 계절별로 서로 다른 색감을 더한다. 이 같은 조성 방식은 군집 생태계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사계절 관람성과 치유환경을 동시에 충족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는 특히 이끼가 가진 환경적 기능을 강조했다. 이끼는 토양 윗면을 덮어 빗물에 의한 토양 유실을 막고, 수분 흡수·저장 능력이 뛰어나 산불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 포집력,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 등을 통해 도시 미기후를 개선하는 ‘자연형 필터’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생태 기반의 공공사업이 늘어나는 것은 “도시 녹색 복지”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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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안산 쉬나무 쉼터 일대 '이끼숲'. 서대문구 제공
인공 요소 최소화… 야간 조명·곤충서식지로 생태 연계성 확보
이번 사업은 인공 시설을 최소화하고 자연 경관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관수시설(미스트 펌프)을 설치했으며, 이끼 건조를 방지하기 위한 습도 유지 장치가 포함됐다.
또한 전통 조형물인 솟대와 은은한 야간 조명, 그리고 곤충서식지 역할을 하는 ‘곤충마을’이 함께 조성돼 생태적 연계성을 강화했다.
이성헌 구청장은 “안산 이끼숲은 잠시 멈춰 자연의 깊이를 느끼고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녹지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습도·곰팡이·포자 증가 가능성… 관리 없으면 부작용 확산” 우려도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지적은 습도 증가에 따른 보건·환경 리스크다.
이끼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높은 습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미스트 관수시설이 주기적으로 가동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 미기후가 변화해 공기 중 습도와 포자 농도가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끼 자체는 강한 알레르겐이 아니지만, 습한 환경에서는 곰팡이류나 포자가 함께 자라기 쉽다”며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 호흡기 민감군에게는 불편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끼의 물기 특성상, 아침 이슬이나 비 온 뒤에는 미끄럼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락길은 중장년층 이용자가 많아 안전바닥 확보와 안내 표지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태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논란이 있다. 과도한 관수로 인한 과습 토양은 특정 식물의 뿌리 부패를 유발하거나 토양 내 병원균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끼가 빠르게 번식하며 주변 식생을 덮어 생물다양성을 저하시키는 ‘군락 단일화’ 위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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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안산(鞍山) 쉬나무 쉼터 일대 '이끼숲'에 조성된 일명 '곤충마을'. 서대문구 제공
구 “정기 점검·계절별 관리체계 마련… 방문객 안전도 반영”
서대문구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생육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계절별 관리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구는 관수 시간 조절, 토양 배수 점검, 식생 생육도 조사 등을 통해 생태적 균형을 유지할 계획이다.
또한 미끄럼 발생 우려가 있는 동선에는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필요할 경우 목재 데크나 보행 보조 시설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치유의 숲’과 ‘환경 리스크’ 사이… 조성 이후 관리가 성패 가를 듯
안산 이끼숲은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이끼 생태경관을 통해 시민에게 새로운 휴식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기후, 습도, 안전, 생태 균형 등 복합적 관리가 필요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단순 조성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응적 관리'가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이 크다.
환경·조경 전문가들은 “이끼숲은 도시 내 생태적 다양성을 높이는 시도인 만큼 감성적 가치도 크다”면서도 “자연 생태 요소를 적용할수록 관리부담 역시 커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도심 속 녹지 확충과 환경적 공익성, 이끼 특유의 치유형 경관, 그리고 안전성과 보건 리스크 사이에서 서대문구의 관리 역량이 향후 이끼숲의 지속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