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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암포 반려해변 정화활동. 태안군 제공

충청남도가 15일 제3회 반려해변 전국대회에서 해양수산부장관상을 수상한 배경에는 단순한 해안 쓰레기 수거 실적을 넘어선 정책 구조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해변을 ‘관리 대상’이 아닌 ‘함께 책임지는 공간’으로 전환한 점,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민간 협력 구조의 제도화가 이번 평가의 핵심이었다.

반려해변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해양 입양 프로그램으로, 기업·단체·시민이 특정 해변을 자발적으로 관리하며 공공의 역할을 분담하는 민관 협력 정책이다.

충남도는 이 제도를 단순 참여형 캠페인이 아닌 지속 가능한 해양환경 관리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특정 해변의 ‘반려인’으로 참여해 정기 정화 활동에 나섰다. AI 생성 이미지


‘누가 치우느냐’에서 ‘누가 책임지느냐’로

기존의 연안정화 정책은 대부분 행정 주도형이었다. 예산을 편성해 용역이나 단기 행사 중심의 정화 활동을 반복하는 구조였다.

반면 반려해변은 관리 주체를 분산시킨다. 특정 해변에 대해 민간이 장기적 관심과 책임을 갖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충남도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해변을 단순히 ‘청소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찰·기록·관리하는 생태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정화 활동 횟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일한 주체가 반복적으로 같은 해변을 찾고 변화를 체감하도록 만드는 구조였다.

충남형 민간 협력, 세 갈래 구조로 작동

충남도의 반려해변 정책은 민간 협력을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조직했다.

첫째는 시민 자원봉사 참여형 협력이다.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특정 해변의 ‘반려인’으로 참여해 정기 정화 활동에 나섰다. 일회성 참여가 아니라 동일한 해변을 반복 방문하면서 해양쓰레기 발생 유형과 계절별 변화를 직접 체감하도록 유도했다. 이는 참여자의 환경 인식을 행동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둘째는 환경단체·전문기관과의 협력이다. 충남도는 지역 환경단체와 협업해 정화 활동에 교육 요소를 결합했다.

해양쓰레기 분류, 발생 원인 분석, 생태계 영향 설명 등을 현장에서 함께 진행하며 단순 노동 중심 활동에서 벗어났다. 일부 해변에서는 수거된 쓰레기를 유형별로 기록해 정책 자료로 활용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셋째는 기업 참여형 협력 모델이다. 기업과 단체는 반려해변 입양을 통해 인력과 장비, 물품을 지원하고, 임직원 참여형 사회공헌 활동(CSR)과 연계했다. 충남도는 기업 참여를 일회성 후원이 아닌 ‘책임 있는 관리 주체’로 포지셔닝하며, 특정 해변을 지속 관리하도록 행정적 지원을 병행했다.

행정의 역할은 ‘조율자’로 이동

이번 대회에서 충남도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행정의 역할 설정에 있다. 도는 직접 모든 활동을 주도하기보다, 민간 참여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조율자이자 지원자 역할에 집중했다.

정화 활동에 필요한 기본 장비 지원, 참여자 안전관리, 활동 일정 조정, 홍보 및 기록 관리 등을 행정이 맡았다. 민간은 현장 중심 활동에 집중하고, 행정은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활동 결과를 데이터로 축적한 점은 정책적 설득력을 높였다. 정화 횟수, 참여 인원, 수거 쓰레기 유형과 양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단순한 ‘선의의 활동’을 정책 성과로 전환했다.

충남도는 정화 활동에 필요한 기본 장비 지원, 참여자 안전관리, 활동 일정 조정, 홍보 및 기록 관리 등을 지원했다. AI 생성 이미지


숫자로 증명된 참여 기반 정책

올해 충남도 반려해변 활동에는 1,600여 명이 참여한 28차례 연안정화 활동이 추진됐다. 국제 연안 정화의 날을 전후로 한 23차례 집중 정화활동에는 1,200여 명이 동참했다. 참여 규모뿐 아니라 활동의 반복성과 지속성이 심사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반려해변 정책이 ‘환경 캠페인’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 참여형 환경 거버넌스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내년 3억 투입…관리 사각지대까지 확장

충남도는 내년에 3억 원을 투입해 반려해변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정화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입양된 해변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난 해안 구간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반려해변 정책의 ‘2단계 진입’으로 평가한다. 민간 참여가 안정화된 이후, 행정이 전략적으로 개입해 공간적 형평성과 정책 확산을 동시에 꾀하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반려해변, 해양환경 정책의 실험실

환경 정책 전문가들은 충남도의 사례가 향후 해양환경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중앙정부의 예산과 지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해안 관리 영역에서, 반려해변은 시민과 기업을 정책의 내부 주체로 끌어들인 사례”라는 것이다.

반려해변은 결국 ‘해변을 누가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을 누가 책임지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충남도의 실험은 그 답을 행정 혼자가 아닌, 지역사회 전체에서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