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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간절곶공원 내 미래형 디지털 식물원 조성안. 울주군 제공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울산 울주군 간절곶에 ‘미래형 식물원’이 들어선다.

전통 온실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이 식물원은 단순한 관람 시설을 넘어, 산림문화·정원산업·관광 콘텐츠가 융합된 복합 플랫폼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울주군은 간절곶 해맞이공원 일원에 조성하는 ‘울주군 간절곶 식물원(가칭)’을 2028년 착공해 2030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868억 원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식물원 사업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전통 온실과 디지털 온실의 결합...‘국내 유일 미래형 산림문화 복지시설’ 표방

간절곶 식물원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식물 전시 방식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이다.

이 식물원은 ‘국내에서 즐기는 식물 세계여행’을 주제로, 오대양 육대주를 대표하는 식물 자원을 한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연면적 1만1,700㎡, 최고 높이 38m 규모의 건축물에는 ▲전통 온실 ▲디지털 온실 ▲체험·교육 시설 ▲문화·휴식 공간이 유기적으로 배치된다.

지하 1층에는 450m 길이의 국내 최장 미디어아트 터널이 조성되며, 지상 1층에는 대륙별 식물 테마를 담은 온실 주제관과 함께 앵무새·곤충 체험관, 식음료(F&B) 라운지, 기념품 숍 등이 들어선다.

특히 각 대륙의 기후·지형·식생을 반영한 전통 온실 전시 공간에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디지털 온실은 식물의 생태적 특성과 문화적 스토리를 동시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관람객은 실제 식물을 보며 동시에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식물의 생육 환경, 생태적 가치, 기후 변화와의 관계 등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간절곶 미래형 식물원 조감도. 울주군 제공


스카이워크·인공 오로라까지...‘보는 식물원’에서 ‘경험하는 식물원’으로

간절곶 식물원은 관람 동선 자체를 하나의 체험 콘텐츠로 설계했다.

공중에서 온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 입체적 이동이 가능한 스카이 어드벤처, 밤 시간대 연출되는 인공 오로라 등은 기존 식물원에서는 보기 드문 요소다.

이는 식물원을 ‘조용히 걷는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젊은 세대까지 폭넓게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사계절, 주·야간 모두 활용 가능한 운영 모델을 통해 관광 비수기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연간 46만 명 방문 예상...동남권 대표 정원·식물 관광 거점으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간절곶 식물원의 연간 이용 수요는 약 46만 명으로 예측된다. 울산·부산·경남 거주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식물원 건립에 대한 찬성 응답이 82.5%, 실제 이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69.1%에 달했다.

이는 간절곶이 이미 해맞이 명소로 확고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점, 부산·경남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한 차별화된 식물원 콘셉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간절곶 식물원이 단독 관광지에 그치지 않고, 울산 대왕암공원, 태화강 국가정원, 부산·경남권 해안 관광지와 연계될 경우 동남권 광역 관광 벨트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새해 한반도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 전경. 울주군 제공


경제적 파급효과, 건설을 넘어 운영·산업으로 확산

간절곶 식물원 건립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 지역 내에서는 생산유발 효과 832억 원, 부가가치 유발 404억 원, 취업 유발 592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단위로 확장하면 생산유발 1,313억 원, 부가가치 유발 591억 원, 취업 유발 852명에 달한다.

이러한 효과는 단순한 건설 투자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우선 건설 단계에서는 건축·조경·설비·전시 연출·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산업군이 참여하며, 지역 건설업과 조경·식물 관련 업체의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운영 단계에서는 ▲식물 관리 및 연구 인력 ▲전시·교육 프로그램 운영자 ▲미디어 콘텐츠 기획·운영 인력 ▲관광 서비스 인력 등 지속적인 고용이 발생한다. 특히 디지털 온실과 미디어아트 전시는 향후 콘텐츠 교체와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 만큼, 장기적인 콘텐츠 산업과의 연계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식물원 운영 과정에서 지역 화훼·묘목 생산자, 조경 소재 업체, 정원 관련 스타트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는 식물원이 단순 소비 공간을 넘어 지역 정원·식물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수요 창출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 1월 1일 한반도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에 모인 해맞이객들이 2025년 첫 일출을 지켜보고 있다.


“간절곶, 관광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

이순걸 울주군수는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에 사계절 내내 꽃과 식물이 살아 숨 쉬는 정원 랜드마크가 더해진다면, 울주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간절곶 식물원이 울주군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형 식물원으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울주군은 현재 수립된 기본계획과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건축설계와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세계는 이미 ‘하이브리드 정원’ 경쟁 중...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간절곶 식물원이 표방하는 ‘식물과 디지털의 결합’은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단순히 희귀 식물을 보존하는 박물관적 기능을 넘어,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이 결합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미래형 식물원으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간절곶 식물원의 강력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거대한 인공 나무 조형물인 ‘슈퍼트리 그로브’와 거대 온실(플라워 돔, 클라우드 포레스트)을 통해 압도적인 경관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 '아바타'와 협업하여 실제 식물 위에 미디어아트를 입히는 몰입형 전시를 선보이며 ‘식물원=정적인 공간’이라는 공식을 깼다.

싱가포르가 웅장한 스케일과 열대 식물에 집중했다면, 간절곶은 ‘스토리텔링’과 ‘체험’에 집중한다. 인공 오로라와 450m 미디어 터널 등은 싱가포르에서도 보기 힘든 독창적인 콘텐츠로, 규모의 열세를 디테일한 디지털 경험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