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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레드향 본격 수확…신소득 작목 주목. 청주시 제공
기후변화와 시설재배 기술 발전이 맞물리면서 열대·아열대 과일 재배가 제주를 넘어 내륙과 남부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청주시농업기술센터는 20일 기후변화에 대응한 신소득 작목으로 육성해 온 아열대 과일 ‘레드향’의 출하를 시작했다. 내륙 지역에서 제주 특산 만감류가 본격 생산·유통 단계에 들어선 것은 기후환경 변화와 시설재배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레드향은 일반 감귤보다 과실이 크고 껍질과 과육이 붉은빛을 띠는 만감류 품종이다. 과즙이 풍부하고 산미와 당도의 균형이 뛰어나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그동안 주산지는 제주도였으나, 최근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과 난방·환경제어 기술의 고도화로 중부 내륙에서도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해졌다.
300평 하우스에서 첫 결실…내륙 레드향 재배 가능성 확인
청주시농업기술센터는 2022년부터 레드향 재배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다. 시범 참여 농가는 1억 원을 지원받아 약 3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 레드향 190그루를 식재했고, 올해 첫 수확에 성공했다. 예상 출하량은 약 1t 수준이다.
농업기술센터는 이번 성과를 통해 중부 내륙에서도 고품질 만감류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향후 재배 매뉴얼 정립과 기술 보급을 통해 참여 농가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충청·수도권까지 진입한 아열대 과수
충북 청주를 비롯한 충청권에서는 레드향, 레몬, 무화과 재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충남 예산과 아산, 세종 일대에서는 무화과와 레몬이 시설하우스를 중심으로 재배되며 로컬푸드 매장과 학교급식, 온라인 직거래를 주요 판로로 확보하고 있다.
경기 남부 지역에서는 화성·평택을 중심으로 애플망고와 바나나 시험 재배가 진행 중이다.
대형 유통보다는 체험형 농장과 직거래, 프리미엄 과일 정기 배송 형태로 판매되며, ‘국산 열대과일’이라는 차별성이 소비자 반응을 이끌고 있다.
남부 내륙과 동남권, 열대과일 생산 거점으로 부상
경남 지역은 국내 열대과일 재배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밀양과 김해, 진주에서는 애플망고와 파파야, 용과(드래곤프루트) 재배가 활발하다. 일부 농가는 백화점과 프리미엄 과일 전문점에 납품하거나, 온라인 몰을 통해 고가 전략을 취하고 있다.
부산·울산 인근에서는 바나나 재배가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연중 온도 유지가 가능한 대형 시설하우스를 활용해 생산되며, 지역 농협과 연계한 로컬푸드 직매장, 대형마트 시범 판매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전남·전북, 아열대 작목 다변화 시도
전남 고흥과 해남, 영암에서는 패션프루트와 망고, 바나나 재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흥 지역은 ‘아열대 과수 특화단지’ 조성을 통해 체험 관광과 연계한 6차 산업 모델을 실험 중이다.
전북 고창과 김제 일대에서는 무화과와 레몬이 안정적인 소득 작목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농가들은 로컬푸드 매장과 직거래 장터를 통해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
판로는 ‘소량·고부가’…수입 대체 효과도
열대·아열대 과일의 공통된 판로 전략은 대량 유통보다는 소량·고부가 판매다. 직거래, 온라인몰, 로컬푸드 매장, 프리미엄 과일 전문점이 핵심 유통 채널이다. 최근에는 호텔·카페·베이커리 등 B2B 수요도 늘고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난방비와 시설 투자 부담이 변수로 작용하지만, 수입 과일 대비 신선도와 안전성, 국산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높은 단가 형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품목은 수입 대체 효과까지 기대된다.
“가까운 장래, 재배 가능 작목 더 늘어날 것”
농업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아보카도, 패션프루트, 용과, 바나나 등 열대과일의 내륙 재배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실증 재배가 진행 중이며, 중부권까지 재배 한계선이 북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는 농업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기존 작목의 재배 한계가 이동하는 동시에 새로운 소득 작목 발굴이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