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철이 K-RE100 참여 기업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공공조달 시장의 녹색전환 가속화를 노린 제도 개편에 나섰다. AI 생성 이미지
조달청이 공공조달 시장의 녹색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제도 전반을 개편했다. K-RE100 참여 기업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동시에, 현장 중심의 규제 합리화를 통해 기업과 공공기관 양측의 부담을 완화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조달청은 '녹색제품의 공공구매 촉진을 위한 구매요령' 및 '공공조달 최소녹색기준 제품'을 개정해 지난 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실현과 조달 현장의 규제 현실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재생에너지 전환 기업, 조달시장서 '가시성' 확보
이번 개편의 핵심은 K-RE100 참여 기업에 대한 단계적 인센티브 체계 구축이다. 조달청은 올해 상반기부터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K-RE100 참여 기업 표시제를 도입한다. 공공기관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앞장서는 기업을 한눈에 식별하고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더 나아가 2027년부터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은 기업에 최소녹색기준 적용을 면제하는 파격적 혜택도 부여한다. 친환경 경영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장기적 경쟁우위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전략이다.
K-RE100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자발적 선언 제도로, 기후환경부와 에너지공단이 인증을 담당한다. 조달청의 이번 조치로 K-RE100 참여의 실질적 유인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나라장터에 '녹색정보 표기란'을 신설해 친환경인증, 에너지소비효율, 탄소배출량 등의 정보를 등록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공개한다. 정보 투명성을 높여 공공기관의 합리적 구매 의사결정을 돕고, 기업의 친환경 기술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복안이다.
"특장차 연비 규제" 등 현장 애로 대폭 완화
규제 합리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조달청은 자동차 연비 규정을 일률 적용해 장애인 이동용 특장차 등이 계약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했다. 특수 장비 탑재로 연비 기준 충족이 어려운 특별교통수단에는 연비 기준 예외를 적용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서비스 조달을 원활히 했다.
효율관리기자재 구매 방식도 대폭 바뀐다. 기존에는 71개 품목에 대해 에너지소비효율 1~2등급 제품만 계약을 허용했으나, 앞으로는 수요기관이 탄소배출량과 전주기비용(LCC)을 종합 고려해 모든 등급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획일적 통제에서 자율적 판단으로 전환한 것이다.
또한 녹색제품구매법에 따라 인증받은 녹색제품에는 최소녹색기준 적용을 면제해 우수 제품의 조달시장 진입 장벽을 낮췄다.
적용 범위 확대·예외 조항 신설로 제도 안정성 제고
조달청은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규정 정비도 병행했다. 다수공급자계약(MAS) 및 우수제품 등 제3자 단가계약 시 최소녹색기준이 적용된다는 원칙을 고시에 명문화해 현장의 혼선을 방지했다.
제품 수급이 어려운 경우 등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예외 조항도 마련했으며, 수요기관과 사전 협의 시 총액계약에도 최소녹색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해 녹색 조달의 외연을 확장했다.
최소녹색기준은 공공조달을 통해 녹색기술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0년부터 시행 중인 제도로, 현재 176개 제품을 대상으로 에너지소비효율 등 환경요소의 최소 기준을 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제품만 조달시장 진입을 허용한다.
백승보 조달청장은 "이번 개편은 정책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불필요한 행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앞으로도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요구 등 변화하는 환경 정책에 맞게 공공조달 제도를 유연하고 확장적으로 설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달청의 이번 조치는 공공조달 시장의 패러다임을 단순 가격 경쟁에서 환경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연간 170조 원 규모의 공공조달 시장이 녹색산업 육성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