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의 메카 'CES2026 유레카홀'에 입주한 캄스탠드(Calm Stand). 코아스 제공
"가구가 당신의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향을 내뿜으며, 자세를 교정해준다면?"
CES 2026 유레카홀, 'Heart of CES'로 불리는 이곳에 조금은 생소한 출품작이 등장했다. 로봇도, 자율주행차도, VR 헤드셋도 아닌, 나무로 만든 모니터 받침대였다. 하지만 이 원목 제품 앞에 멈춰 선 관람객들은 곧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받침대가 아니라, 사용자의 심리 상태를 읽고 반응하는 '지능형 가구'라는 것을.
한국의 사무가구 전문기업 코아스가 자회사 KLS 브랜드로 선보인 '캄스탠드(Calm stand)'는, 목재가구가 CES라는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에 당당히 등장한 사건 그 자체다. 41년간 책상과 의자를 만들어온 이 기업이 AI 센싱 기술을 품은 원목 제품을 들고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에 선 것은, 전통 산업이 미래를 향해 던진 대담한 질문이었다. "가구가 인간의 마음을 읽고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가 일하고 사는 공간은 어떻게 달라질까?"
인간의 마음을 읽는 목재의 탄생
각국의 바이어와 취재진들이 캄스탠드(Calm Stand)의 설명을 듣고 있다. 코아스 제공
캄스탠드는 "AI 기반 웰니스 데스크 오브제(AI-Powered Wellness Desk Object for Focused Workspaces)"로 정의된다. 표면은 따뜻한 천연 목재지만, 그 안에는 카메라 센싱, 자세 인식, 심리 상태 감지 알고리즘이 숨어 있다. 사용자가 모니터 앞에 앉는 순간부터 이 나무 받침대는 '관찰'을 시작한다.
거북목 자세가 감지되면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장시간 같은 자세가 지속되면 부드럽게 알림을 보낸다. 업무 중 스트레스 징후가 포착되면 아로마 디퓨저가 작동하고, 심리 안정을 위한 테라피 사운드가 조용히 흘러나온다. 사용자는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지만, 가구는 이미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반응한다. 수동적으로 '받쳐주는' 물건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돌보는' 존재가 된 것이다.
민경중 코아스 대표이사는 이 제품의 개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 교육감님과 오찬 중에 교사들이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교사들이 매일 마주하는 책상이, 의자가, 모니터 받침대가 그들의 상태를 알아채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코아스와 엠마 헬스케어의 업무협약. 코아스 제공
그는 코아스의 베스트셀러인 원목 모니터 받침대를 기반으로, CES 2년 연속 혁신상 수상 기업인 엠마 헬스와 협업해 이 제품을 만들었다. 목재가구 제조 기술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만나, 신체적·정신적 웰빙을 동시에 지원하는 통합 솔루션이 탄생한 것이다.
전통 산업이 답한 미래의 질문
CES2026에서는 더 나은 삶(Better Living)을 위한 혁신을 보여줬다. CES2026 영상 캡처
CES 2026의 주제는 'Innovators Show Up', 혁신가들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전 세계에서 약 4,300개 기업이 참가한 이 전시회에서 한국은 국가별 참가 규모 3위를 기록했다. 그중 눈길을 끈 곳 중의 하나가 41년 역사를 가진 목재가구 기업이었다.
민 대표는 CES 현장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다. "가구만 만들어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의자와 책상은 이제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매개가 되어야 합니다. 스트레스, 동선, 자세, 심리 상태 같은 인간의 '공간 경험'이 가구의 새로운 설계 기준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다. 가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의 범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작업이다. 목재라는 소재가 가진 본질적 가치—자연성, 심미성, 촉감, 환경 친화성—는 유지하되, 여기에 사용자의 보이지 않는 필요까지 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더한 것이다.
민 대표는 이를 "이종 산업 간 결합"이라고 불렀다. "가구 제조에 AI, 센싱, 디지털 헬스, IoT가 결합돼야만 스마트 오피스라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현대차가 자동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확장했듯, 우리도 '공간 크리에이터'로 정체성을 바꿔야 합니다."
능동적 환경이 여는 새로운 시대
바이어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황인영 해외담당상무(왼쪽). 코아스 제공
캄스탠드가 상징하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혁신 제품이 아니다. 이것은 목재가구 산업 전체가 직면한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다. 가구와 디지털 기술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인간이 집중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방식 자체가 재설계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목재가구는 공간 안에서 '배치되는' 존재였다. 디자이너가 설계하고, 목수가 제작하고, 사용자가 놓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AI 기반 센싱 기술과 결합하면서, 가구는 이제 공간을 '읽고' '판단하고' '반응하는' 주체가 되었다.
사용자가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높이를 조절하고, 스트레스 신호를 감지하면 향과 소리로 환경을 바꾸며, 집중도가 떨어지는 시간대를 학습해 최적의 업무 리듬을 제안한다. 목재라는 자연 소재가 가진 정서적 안정감에 데이터 기반의 능동적 대응력이 더해지면서, 업무 환경과 생활 공간의 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사무실, 학교, 집 등 목재가구가 놓이는 모든 공간에서 가능해진다. 환경이 더 이상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상태에 맞춰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목재가 여는 마음 돌봄의 미래
캄스탠드는 모든 공간에서 모든 상황을 자동인식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코아스 제공
민 대표는 "혁신은 본질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재가구 제조의 본질인 장인정신, 소재에 대한 이해, 인간공학적 설계 철학은 그대로 유지하되,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사용자 가치를 확장한다는 의미다.
현재 목업 단계를 거치고 있는 캄스탠드는 2026년 상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아스 연구소 연구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이 제품은, 단순히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목재가구 산업이 미래를 향해 내디딘 첫걸음이다.
CES 2026에서 코아스가 보여준 것은 화려한 기술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통 제조업 CEO의 '결단'이었다. 41년간 쌓아온 목공 기술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과감하게 미지의 영역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였다.
가구가 인간의 마음을 읽고 행동하는 미래. 목재가구가 CES 2026에 등장한 것은 바로 그 미래를 향한 시도였다. 나무는 여전히 따뜻하고 단단하지만, 이제 그 안에는 사람을 이해하고 돌보려는 지능이 깃들어 있다. 전통과 AI가 만나 혁신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 순간은, 목재가구 산업이 맞이할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다.
CES2026 코트라관에 전시된 캄스탠드(Calm Stand). 코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