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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 마친 독산2동 푸른골어린이공원. 금천구 제공
저출생·고령화 시대, 어린이공원이 변하고 있다.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놀이 공간에서 벗어나, 어르신과 지역 주민 전체가 어우러지는 '세대통합형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최근 금천구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이 같은 변화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공원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담장을 허문 공원,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되다
서울 금천구는 어린이공원 3곳을 새로 단장했다고 6일 밝혔다.
재정비한 곳은 ▲ 다람쥐어린이공원(독산1동) ▲ 푸른골어린이공원(독산2동) ▲ 장미어린이공원(시흥4동) 등이다.
푸른골어린이공원의 경우 조합놀이대와 함께 그네, 시소, 트램펄린 등을 설치했다. 공원 내 순환형 산책로도 조성했다.
다람쥐어린이공원은 노후 놀이시설과 바닥 포장을 모두 교체하고 주민 휴식 공간도 새롭게 만들었다.
장미어린이공원에는 주민들의 건강·여가생활을 위한 순환 산책로 트랙을 조성하고 야외운동기구를 설치했다.
'세대융합 공공공간'으로 새단장한 양재2동 동산어린이공원. 서초구 제공
타 지자체의 유사 사례
서울 서초구 양재2동에 위치한 동산어린이공원. 이곳은 국내 최초로 '세대융합'을 핵심 가치로 내건 공공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어린이용 놀이기구 옆에는 시니어 전용 '인지건강 디자인'이 적용된 운동 기구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어르신들이 운동하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공간에서는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관악구는 올해 더욱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2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노후 어린이공원 8곳을 동시에 '테마형 공감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미세먼지 저감 수목을 심고 순환형 산책로를 조성해 산책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여름철에는 물놀이터 기능을 더해 아이들에게는 활력을, 주민들에게는 쉼터를 제공하며 전 연령층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2004년 새로 개장한 관악산 어린이 물놀이장. 관악구 제공
은평구 대조어린이공원의 변신은 더욱 상징적이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이용률이 낮아진 이 공원은 최근 '어르신 놀이터' 조성 계획을 확정하며 세대통합형 공원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신체 활동이 저하된 시니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연성 강화 기구를 대거 도입하고, 휴게 공간인 파고라를 확장했다. 이곳은 이제 경로당 밖에서 어르신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 '열린 사랑방'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자체 홀로 아닌 '국가적 프로젝트'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며 공원 재정비를 주요 항목으로 포함했다. 특히 '우리동네살리기' 모델을 통해 공원 조성비의 최대 70~80%를 국비로 지원하며 노후 시설 개선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관계부처가 함께 추진하는 '생활 SOC 복합화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보육시설, 공원, 도서관 등을 한데 묶어 조성하는 이 정책은 단순히 공원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근 시니어 센터나 돌봄 센터와 연계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고령친화도시 조성 가이드라인'도 변화를 가속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공원 설계 시 '무장애(Barrier-Free) 설계'와 시니어 운동 기구 설치를 권장하는 지침이 강화됐다. 지자체는 이 기준에 따라 공원을 재정비할 경우 국가로부터 가산점을 받거나 특별교부세를 지원받을 수 있다.
어르신놀이터로 개조된 서울 안골 어린이공원. 서울시 제공
'어린이' 공원에서 '모두의' 공원으로
과거의 공원이 연령별로 공간을 분리했다면, 이제는 통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트램펄린과 조합놀이대는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탄성 포장 산책로와 야외 헬스 기구는 어르신의 건강을 책임진다.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활력을 찾는 다목적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안전과 인지 건강의 결합도 눈에 띄는 변화다. 치매 예방을 돕는 인지 건강 시설물이 공원 곳곳에 스며들면서, 공원은 이제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사회적 처방'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도 구축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설계 단계부터 참여함으로써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사회 통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고 입을 모은다.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도전 앞에서, 공원이 세대를 연결하는 사회적 자본으로 재발견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