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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노루벌 정원 조감도. 대전시 제공

대전시가 중앙정부의 높은 심사 문턱에 가로막혔던 '노루벌 지방정원' 조성 사업을 대대적으로 수정해 재추진한다.

당초 계획보다 사업 면적과 예산을 대폭 줄여 경제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환경 파괴 논란을 의식해 원형지 보존 비율을 대폭 높인 것이 핵심이다.

정부 문턱 못 넘은 이유… "투자금 91% 손실" 최악의 경제성

대전시가 서구 흑석동 산95-1번지 일원에 추진해 온 노루벌 지방정원은 당초 면적 141만㎡, 총사업비 1,969억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시는 이를 통해 중부권 최대 규모의 정원을 조성하고 향후 국가정원 등록까지 노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이 사업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결정적인 원인은 비용대비편익(B/C) 지수가 0.09에 그쳤기 때문이다. 통상 국책 사업이나 대규모 공공사업의 경우 B/C 지수가 1.0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0.09라는 수치는 투자한 예산의 90% 이상이 편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실상 "재정 낭비"라는 혹평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전액 시비와 지방채로 충당해야 하는 재정 부담 역시 심사 통과의 발목을 잡았다.

'규모는 줄이고 효율은 높이고'… 뼈를 깎는 다이어트

대전시는 이번 재심사를 위해 사업의 외형을 대폭 축소하는 '다이어트'를 단행했다.

우선 사업비를 1,969억 원에서 1,324억 원으로 약 32.8%(645억 원) 감액했다.

또한 면적도 141만㎡에서 88만㎡로 약 38%(53만㎡) 줄였다.

시는 단순히 규모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타 시도의 사례를 분석해 '타 지역 방문객의 교통 비용' 등을 편익으로 새롭게 산정했다. 시는 이 방식이 적용되면 B/C 지수가 기존보다 약 5배가량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시가 중앙정부의 심사 문턱에 가로막혔던 '노루벌 지방정원' 조성 사업을 수정해 재추진한다. AI 생성 이미지


축소된 정원, 어떤 모습으로 바뀌나?

규모는 줄었지만 '명품 정원'을 향한 테마는 더욱 구체화됐다. 구봉산 아래 노루벌의 수려한 경관을 활용해 총 9가지 주제의 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주요 시설로는 정원관리센터, 작가섬 정원, 꽃물결 언덕, 생태학습관 등이 들어선다. 특히 단순 관람 위주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가드닝 프로그램 등 체험형 활동을 강화해 정원 문화의 거점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시는 이달 중 중앙투자심사를 재신청하고, 하반기 건축설계 공모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사업을 완수할 계획이다.

남겨진 숙제… 환경 훼손 및 재정 건전성 우려

사업 축소에도 불구하고 환경 단체와 지역 사회의 우려는 여전하다.

노루벌이 갑천 상류에 위치해 있어 대규모 토목 공사가 진행될 경우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지역에 서식하는 530여 종의 동식물 서식처 보호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전체 계획 면적의 60%를 원형지로 보존하고, 추가로 27%를 녹지로 조성해 인위적인 개발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동식물 서식지 피해를 저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지방채 발행에 따른 재정난 우려와 환경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대전시의 '노루벌 재도전'이 이번 심사에서는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