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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침 기온이 4도까지 떨어지면서 초겨울 날씨를 보이는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7일 오전 7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종로3가역. 개찰구를 빠져나온 직장인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찬바람에 얼굴을 찌푸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볍게 걸을 수 있었던 출근길이 하루 사이 고행길로 변했다.

"으, 춥다."

지하철 계단을 올라서던 회사원 김 모(29·여)씨가 지상의 찬바람을 맞고 작게 신음했다. 그는 급히 패딩 지퍼를 목까지 끌어올리고 주머니 속에 손을 깊숙이 집어넣었다. 양 볼은 이미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어제 반팔 입고 다녔는데, 오늘 아침에 깜짝 놀랐어요. 옷장에서 겨울옷 꺼내 입긴 했는데도 추워요."

한파에 '풀무장' 한 시민들

이날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5~10도 급강하하면서 출근길 시민들의 옷차림도 확연히 달라졌다. 경량패딩, 두툼한 코트, 털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곳곳에서 머플러와 장갑, 마스크까지 착용한 '완전무장' 차림도 눈에 띄었다.

금천구에서 출근하는 유 모(31)씨는 겨울용 털 재킷에 후드티까지 뒤집어썼다. 후드 안쪽으로 보이는 그의 얼굴 역시 찬바람에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일기예보 보고 오늘 많이 춥다고 해서 작년 겨울옷을 꺼내 입었어요. 그래도 바람이 차가워서…"

유씨는 말을 마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향해 사라졌다. 조금이라도 빨리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땀 식으면 더 추워요"

종로3가역 인근 거리. 형광색 작업복을 입은 환경미화원 정 모(35)씨가 빗자루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새벽 4시에 나왔는데 진짜 얼어 죽는 줄 알았어요. 땀이 식으면 더 추워져요. 그래서 계속 움직여야 해요. 잠깐이라도 멈추면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아요."

그는 찬바람에 붉어진 코를 손등으로 훔치고는 다시 빗자루를 들었다. 멈출 수 없는 아침이었다.

"이게 10월 날씨 맞나요?"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정류장은 추위에 떠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박 모(27·여)씨는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으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어제까지 가을 같았는데 오늘 갑자기 겨울이에요. 이게 10월 날씨 맞나 싶어요."

회사원 이 모(59)씨는 유난히 발을 동동 굴렸다.

"어제 날씨를 예상하고 반팔에 재킷 차림으로 나와서 얼어죽는 줄 알았어요."

그의 옆에 서 있던 고등학생도 교복 위에 두꺼운 패딩을 입고 팔짱을 낀 채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서로 밀리듯 차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당분간 추위 계속…일교차 주의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5~10도가량 급강하했다. 경기, 강원, 충북, 경북 일부 지역에는 한파 주의보가 발효됐다.

당분간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이어지고, 내일부터는 일교차도 10도 안팎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로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가는 시민들의 뒷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이는 아침. 잔뜩 움츠린 어깨, 주머니 속 깊이 파묻힌 손, 빨갛게 물든 얼굴.

10월의 마지막 주, 예고 없이 찾아온 겨울 추위는 이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