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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굴포천 생태하천 조감도.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4일 30여 년간 콘크리트 복개 구조물 아래 갇혀 있던 굴포천에 처음으로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하는 물맞이 행사를 개최했다. 오는 18일 준공을 앞둔 굴포천 자연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인천 최초의 하천복원사업으로, 30년 숙원사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복개된 하천, 30년 만의 귀환

굴포천은 1990년대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회색 콘크리트로 복개되며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 복개는 자연적으로 흐르는 하천을 매립하거나 지상 인프라를 이용해 숨기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맑은 물이 흐르던 하천은 주차장과 도로로 변했고, 지역 주민들은 수십 년간 이 물길의 복원을 기다려왔다.

인천시와 부평구는 2015년 환경부 통합집중형 오염하천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복원 논의를 시작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복개하천 실태조사를 통해 굴포천 상류 주거지역 재개발과 부평미군기지 반환 계획 등을 고려할 때 복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17년 기본계획 수립을 거쳐 2021년 6월 착공, 약 4년간의 공사 끝에 2025년 12월 준공을 앞두게 됐다.

복원사업의 핵심 내용과 특징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부평구청까지 총 1.5km 구간에 총사업비 666억 원(최종 743억 원)이 투입됐다. 복원 구간은 3개 테마로 구성됐다.

1구간(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부흥로)은 생태·문화 체험 공간으로 문화광장과 워터스크린을 설치해 지역 랜드마크를 구축했다.

2구간(부흥로~백마교)은 생태관찰·탐방 공간으로 수변 생태 공간, 탐방로, 소규모 교량을 설치하고 다양한 식물을 심어 생물 서식지를 조성했다.

3구간(백마교~산곡천 합류부)은 자연생태 복원 공간으로 여울을 만들어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수질을 개선한다.

하천수는 굴포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취수해 재이용시설에서 소독 처리한 후 하루 40,000톤이 공급될 예정이다. 또한 야간 경관 개선을 위한 '굴포천 은하수길 조성사업'도 함께 추진되어 굴포천 소하천 500m 구간과 국가하천 900m 구간의 산책로에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유정복 인천시장(가운데)이 4일 하천 유지용수 제수변을 개방해 복원구간에 하천유지용수 공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인천시 제공


하천복원이 가져오는 변화

하천복원사업은 단순히 옛 물길을 되살리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와 환경, 경제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생태계 건강성 회복

복원된 하천은 자연적인 흐름을 통해 오염된 수질을 개선하고,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 생태계의 안정성을 높인다.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공간이 녹색 공간으로 바뀌면서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도시 열섬 완화 효과

하천 복원은 물과 녹지 공간 증가로 도시 열섬 현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어,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기후위기 시대에 하천복원은 폭염을 완화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해결책이 된다.

시민 휴식 공간 제공

회색 콘크리트 주차장으로 이용되던 공간이 시민들을 위한 친수 공간으로 거듭난다. 문화광장, 수변 쉼터, 산책로, 도시 숲 등이 조성되어 주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녹색 생활공간을 제공한다.

환경 교육의 장

복원된 하천은 지역 학교와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환경 보호와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며 주민들은 자연과의 연결을 깊이 느끼고 환경 보전 의식을 높일 수 있다.

지역 활성화 효과

서울의 청계천이 도시 생태하천의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은 것처럼, 굴포천도 인천의 대표적인 생태·관광 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도심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굴포천 복원사업 현장. 인천시 제공


복원사업 추진 과정의 어려움과 극복

굴포천 복원사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6년 복개하천 실태조사부터 2015년 환경부 공모사업 선정까지 거의 10년이 걸렸고, 착공까지는 15년이 소요됐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차장 철거로 인한 주민 불편, 공사로 인한 교통 문제, 상인들의 피해 등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다. 부평구는 임시 공영주차장과 주안장로교회 주차장 300면을 조성했지만, 공사 현장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어 주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복원사업부지 매입 문제로 국유지 보상비 약 38억 원이 추가되면서 공사비가 517억 원에서 665억 원으로, 최종적으로 743억 원까지 증가했다. 준공일도 당초 계획보다 연장되어 2021년 착공 후 2025년 완공으로 조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관협의회를 통해 전문가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며 굴포천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복원계획을 수립했다. 시민들의 참여와 기다림 속에서 30여 년 숙원사업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남은 과제와 미래 전망

전문가들은 굴포천 복원의 완전한 성공을 위해서는 추가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굴포천 복원사업은 상류와 지류 복개구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반쪽짜리 복원사업에 불과하며, 지속적 유지관리 계획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현재 복원된 1.5km 구간 외에도 굴포천 본류의 나머지 2km와 세월천, 산곡천, 목수천 등 지류의 복개구간이 여전히 남아있다. 완전한 생태복원을 위해서는 이들 구간의 추가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천시는 이러한 과제를 인식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굴포천 복원을 시작으로 남동구 만수천 등 원도심 물길 복원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시민들에게 옛 물길을 되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부평구도 2단계 복원사업(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백운쌍굴다리, 1.45km, 약 650억 원)을 계획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4일 부평구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현장에서 열린 굴포천 물맞이 행사에서 제수변을 개방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물맞이 행사와 준공식

4일 유정복 시장은 하천 복원 추진현황을 보고받고 악취차단시설 등 주요 시설을 점검한 뒤 유지용수 제수변을 개방해 복원구간에 하천유지용수 공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유정복 시장은 "굴포천 물맞이는 30여 년간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에 갇혀 있던 물길에 맑고 깨끗한 하천수를 처음 흘려보내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천시와 부평구는 오는 17일 오후 2시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 앞 광장에서 굴포천 생태하천복원사업 준공식을 시민참여 축하행사로 개최한다. 18일부터는 시민들에게 공식 개방되어 복원된 자연형 하천에서 편안한 휴식과 친수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굴포천 복원사업은 인천 제1호 하천복원사업으로서 향후 인천시의 하천 정책과 원도심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